한 부부의 행복 앗아간 ‘트랙터 전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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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부의 행복 앗아간 ‘트랙터 전복사고’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1.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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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휴게소 근무 마친 아내를 데리러 간 남편
비포장 언덕길 오르다 전복 사고로 결국 사망
사고 발생 17일이 흐른 지난 4일 수습된 트랙터가 주차돼있는 모습. 트랙터 오른쪽 언덕길이 사고가 발생한 비포장 길이다. A씨의 아내가 출퇴근하던 길이기도 하다.

매서운 강추위와 함께 짙은 어둠 속 눈이 내렸던 지난달 18일 오후 9시경, 결성면 주민 A씨가 홍성휴게소에서 근무를 마친 아내를 데리러 가던 중, 타고 있던 대형 트랙터가 비포장 언덕길 옆 벼랑으로 굴러 떨어졌다. 결국 A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은하면 금국리의 고속도로 옆 샛길은 A씨가 출퇴근하는 아내를 항상 데려다주고, 데리러가는 장소였다. 지난달 18일 홍성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눈이 강하게 내렸고, A씨는 눈으로 미끄러워진 노면 때문에 평소 운행했던 자가용이 아닌 트랙터에 몸을 실었다.

트랙터가 추락한 장소는 휴게소 직원들이 드나드는 조그만 입구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휴게소 직원들은 출퇴근할 때마다 톨게이트 비용을 지불하기 부담스러워 보통 사고 발생장소 근처에 있는 마을길 가장자리에 주차를 하고, 비포장 길을 통해 휴게소까지 걸어 다닌다.

A씨는 늦은 밤 가파른 길을 걸어 내려올 아내를 걱정해 무리를 해서라도 비포장 길을 올라가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반복되는 빙판길 사고… 자연재해?
겨울철 좋지 않은 노면상태로 인해 관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차량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라기보다 관의 안이한 대처, 유관기관들 간의 소통부재, 안전 불감증 등이 유발하는 인재(人災)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17년에는 1월 한 달간 광천읍 운용리, 구항면 청광리, 장곡면 상송리 등 3곳에서 빙판길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특히 홍성휴게소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은하면 금국리 일원의 마을안길은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겨울철마다 빙판길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은하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고 다음날인 12월 19일, 군청 당직근무자에게 내용을 전달한 뒤 모래를 사고현장 인근에 마련해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성군청 안전관리과는 사고가 발생한지 2주가 더 지난, 지난 1월 4일에도 본지 취재기자가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하기 전까지 사고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관련 내용을 파악한 군 안전관리과 관계자는 “사고가 난 도로는 절반가량이 한국도로공사의 소유고 나머지 절반은 법인에서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군에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 “그래도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로공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면사무소에 앞으로 제설작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겠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했던 비포장 언덕길은 고속도로 유지관리를 위한 작업용 도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소관부처가 불분명한 곳들은 무관심을 자양분 삼아 위험천만한 안전 사각지대로 자라난다. 

         
■ 시간 지나면 사고의 기억도 잊혀져
은하면 주민 B씨는 “휴게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한 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금국리의 마을안길은 다른 곳에 비해 통행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군청이든 면행정복지센터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겨울철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번 사고 이후 면에서는 모래주머니 몇 포대만 가져다 놓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겨울철 빙판길 사고예방을 위해 도로를 정비해 개선하는 등 군과 면에서 뭐라도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날씨가 풀리고 눈이 녹으면 사고가 났었다는 기억도 전부 잊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각 읍·면에서 제설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마을안길과 이어진 비포장 길까지 작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많은 주요 군도와 농어촌도로를 대상으로 우선적인 제설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 발생 지점과 같은 장소들은 제설작업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트랙터 전복사고와 관련해 홍성소방서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오후 9시 40분경에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당시에도 현장에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면서 “눈이 쌓인 언덕길을 트랙터로 오르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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