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 소외된 이웃의 동반자, 봉사 실천하는 청로회 이철이 회장
■ 창간호 사람들의 그후 3년 이야기

이철이 회장은 여전히 바빴다. 지난 11일 청로쉼터를 찾은 기자에게, 하루에도 대여섯 마리의 쥐가 드나들 정도로 열악했던 쉼터 부엌을 리모델링했다며 자랑을 한다.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깨끗한 환경에서 맛있는 밥을 해 먹일 수 있겠다며 들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 본지 창간호에 실린 이철이 회장의 기사 내용이나 3년 후 지금의 기사 내용이나 사실상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만큼 그는 늘 같은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제 홍성에서 ‘청로회’나 ‘철이 삼촌’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이철이 회장은 유명인이 됐다. 지난해에는 MBC ‘나누면 행복’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돼서 전국 방송을 탔고, 12월 한국지역신문 창간 22주년 기념 ‘2011 풀뿌리 자치대상’ 청소년 선도부문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엔 제7회 유림경로효친대상 ‘경로대상’에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러한 소식은 그동안 이철이 회장이 뿌린 작은 노력들이 서서히 아름다운 열매로 결실을 맺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결과이리라.
이 회장은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봉사활동의 참 의미”라고 넌지시 귀띔한다.
이 회장은 노인복지와 관련된 분야는 3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홍성군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나 단체의 지원과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는 여건이 다소 나아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반면, 청소년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 무척 안타깝다고 밝혔다.
“청소년 가출은 3년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가정부적응으로 쉼터를 찾는 청소년들은 훨씬 늘었다. 맞벌이가 많아지고 이혼율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가족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제가 내재돼 있다. 쉼터에 찾아오는 청소년은 이혼, 재혼,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기에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문제와 고통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의 앞으로의 소망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그룹홈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근 20년간 인연을 맺고 도움을 드리는 초고령 어르신들의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함께 살고 싶을 뿐이란 이유가 전부다. 같은 처지에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위안을 받으며 더불어 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한 가지 봉사를 장기간 하다 보면 봉사의 질이 좋아진다고 이야기한다.
“독거노인을 돌보다보니 장례노인복지후원회가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어르신들 집을 다니면서‘할머니가 김치 하나만 가지고 밥을 먹더라’는 말이 나와 밑반찬 배달 서비스도 하게 됐다. 결국 ‘봉사’라는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이제야 점차 아름다운 가지가 퍼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며 작은 눈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순간 이 회장의 미소는 그 어떤 미남 배우의 미소보다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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