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 업무처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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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 업무처리 이대로 좋은가?
  •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2.03.03 08:36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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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고향에 야산을 조금 가지고 있다. 업무상 외지에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지난해 6월 13일 일요일에 대전인근 지역까지 필자를 찾아 온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 시행사인 ㈜금비레저로부터 토지매입을 위탁받은 부동산 업자들이었다. 그들은 홍성군과 ㈜금비레저가 만들었다는 복합 문화관광 단지의 화려한 조감도를 보여줬다. 홍성군에서 골프장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야산을 팔라는 것이었다.

나는 물려받은 선산을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홍성군 발전을 위한 일에 협조하라고 했다. 거듭 반대하자, 그러면 군에서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이가 없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 물으니 군에서 협조 받았다고 한다.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것도 홍성군청을 등에 업고 강제수용 운운하는 황당한 말도 너무 불편했다.

우리 마을에서도 골프장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는 8월과 9월 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관련정보가 없다고 통보받았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홍성군과 금비레저의 이름으로 복합 문화관광 단지 홍보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었다. 주민들이 항의했다. 장곡면장은 군에서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하면서도 장곡면이 발전하려면 골프장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업체 편향적 답변을 했다.

답답한 주민들이 군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신에 10월 18일 농업경제문화국장 면담이 성사됐다. 해당 국장은 “①홍성군 이름으로 제작한 유투브 영상은 바로 내리도록 하겠다. ②9월 24일 골프장 투자의향서가 제출됐다. ③골프장 건설은 산림청, 환경부에서 부정적이다. 군에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④토지면적의 2/3 이상 확보 동의서가 필요한데 사업자가 난항을 겪고 있다. ⑤군유지 매각도 수의계약을 할 수 없고 공고를 내면 꼭 이 사업자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⑥잘 안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다.

우리 마을에서는 일단 안심됐다. 하지만 12월 28일 군 의회 의장을 면담하던 당일 오전 투자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직접 당사자들인 마을 주민들이 농업인 생존권을 문제로 정보공개요구도 하고 항의방문도 했지만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이후 올해 1월 6일 주민들이 군수를 항의 면담했다. 군수는 “군에서는 사업자가 여건이 된다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응해 협약한 것뿐”이라며 “골프장의 경우 사업 추진에 5년은 걸리는데 앞으로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주민들이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군수의 답변에는 협약 이전부터 항의가 있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홍성군은 주민들에 대한 배려 없이 업체와 골프장 추진 공동체가 돼 밀실행정을 한 것이다.

이후 올해 2월 8일 장곡면행정복지센터에서 이장협의회 이후 체육회 이사회를 하는데 금비레저 관계자가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로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사전 양해허가 없이 진행된 것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면장이 안내했다는 점이다. 관공서와 업체가 연결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283차 홍성군의회 임시회에서 ‘전직 고위공직자가 업체에 근무하고 있어 공정한 행정이 아닌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2월 15일자 보도가 있었다. 지난 2014~2015년 홍성군 부군수를 지낸 R씨가 금비레저 본부장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 다른 퇴직 공무원은 없는지 궁금하다.

홍성군과 금비레저의 MOU 1번 조항은 1000억 원 이상 투자이다. 즉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난해 5월 25일 설립된 금비레저는 2주 뒤인 6월 10일 KB 금융으로부터 관광산업단지 조성조건의 1000억 원 대출약정서를 받았다. 일반인은 몇 백 만원 대출도 제3자 보증이나 담보 없이 불가능하다. KB금융이 금비레저라는 신생업체 이야기만 듣고 거액의 대출약정서를 내줬다고 보기 어렵다. 관의 동향을 알거나 어떤 담보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정상적인 행정이라면 홍성군이 골프장 개발에 관한 공고를 내고, 복수의 기업들로부터 투자의향서를 제출받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엄청난 큰 사업을 1개 업체 하나만 가지고 검토하여 MOU를 체결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신생기업의 어떤 건실성을 보고 MOU를 체결해 주었는지 의아하다. 특혜나 유착관계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이러저런 문제점들을 안고 골프장 예정지 인근에 도로확장, 수도 등 사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예산에 태워져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주민들의 의사는 배제된 상태다. 업체와 관공서는 계속 일방통행 중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기원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대장동개발 특혜의혹과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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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2022-03-10 19:33:18
군유지 매각은 신중희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사리 2022-03-07 23:00:00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것 후손에게 잘 물려줍시다. 골프장은 녹색 사막이라고 합디다.

단풍 2022-03-05 21:03:01
군공유지 공익적 방향으로 활용합시다.

애기나리 2022-03-04 19:26:14
홍성군 금비레저 KB금융 서로 연결 고리가 강력한 모습입니다. 주민과의 연결고리는 안보이네요
주민 동의 없는 골프장개발 반대합니다

오서산 2022-03-04 19:25:24
이해관계가 얽히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얘기도 통하지 않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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