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연화회 주관 ‘혜민스님 초청법회’ 특집 기고

지구 환경 문제를 놓고 학자들의 의견이 다르다. 온난화 현상을 비롯해서 각종 재앙들이 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에 의해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생태계 파괴는 인간에 의한 재앙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과 자연생태계와의 조화와 균형이 깨어진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은 그 본질이 조화와 균형인데 인간이 조화와 균형을 간섭함으로써 자연생태계에 위기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오직 인간중심적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것임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태계 파괴의 속도가 회복 불가능한 최악의 상태로 급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적인 대책과 방안은 전무한 상태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려면 무엇보다 잘못된 인간중심적인 자가당착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인간이 추구해 온 자유와 평등이 인간중심적이어서 자연생태계와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구나 인간이 내세운 진리 또한 허구라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이 주장하고 있는 자유와 평등 선과 악 그리고 진리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의 극치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진리는 인간이 관여할 수 없는 삼라만상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허구적인 인간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삼라만상 자연생태계의 오묘하고 절묘한 균형을 따르고 그 구성원으로 겸허한 자세로 동참해야만 한다.
여기서 불교의 역할이 막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교는 본래부터 인간중심적 종교가 아니다. 삼라만상의 오묘하고 절묘한 조화와 균형을 인간이 슬기롭게 받아들여 참된 삶의 가치를 이루어 내는 것이 불교의 올바른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부처님 이전이나 부처님 이후가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다만 본래부터 남고 모자람이 없으며 영원히 무상할 뿐이다. 삼라만상의 실상인 남고 모자람이 없는 무상을 알아듣게 설명하기 위해서 부처님은 그 많은 장광설과 방편설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동서양 할 것 없이 급변해가는 물질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 세계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불교 역시 그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 무상법계의 틀을 지켜내지 못하고 물질문화의 끝없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자연생태계 파괴 못지않게 한국불교가 제정신을 잃고 세속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원 어디에서도 진리를 탐구하는 의연함은 퇴색되고 허구적이고 구복적인 신앙에 매달리는 현실을 볼 때 너무나 안타까운 심경 금할 길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 선과 악이 수행도량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한국불교가 이래서는 안 된다. 한국불교는 호국불교 민중불교가 아닌가!
우리 민족에게 길잡이가 되고 희망의 등불이어야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 나라의 역사와 혼을 굳건히 지켜내야만 한다.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이룩하고 대륙민족으로서의 위상을 찾아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잊지 않은가!
※초청법회 : 24일 오후 3시, 홍주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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