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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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6.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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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6〉
윤병영(75) 〈우리 집 뜰〉 36×26㎝ 수성싸인펜.

윤 병영 어르신의 그림에는 화창한 봄날의 한가로운 뜰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하늘에는 새들이 쌩쌩 날아다니고 뜰 가운데에는 아담한 2층 집이 그려져 있습니다. 집 양 옆에는 복숭아나무와 소나무가 각각 그려져 있는데 복숭아나무엔 분홍 꽃이 피어 있고 소나무는 연두 이파리를 달고 있습니다. 

집 앞에는 회분이 세 개 그려져 있는데 분홍색 상의를 입은 사람이 화분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윤 병영 어르신의 부인이라고 하십니다. 꽃 위로는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날개를 털며 날아갑니다. 날개 짓 따라 노랑 향기가 퍼져 나올 것 같습니다.  

어르신에게 이런 감성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마치 순수한 어린이가 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습니다. 하실 수 있다면 더 많은 그림을 그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놓으면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많이 그리세요.’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얼마 전에 아주 흥미로운 그림을 그리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그 어르신은 남다른 기억력과 감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손수 키운 화분들을 그리셨는데 자세히 들여다보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들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화초의 종류와 특성은 물론, 화초의 생태, 용기의 재질까지 그대로 그리셔서 만져질 것 같았습니다. 자세히 보고 본대로 그렸을 뿐인데 재미있는 이야기와 순수한 마음이 그림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몇 개월 후 어르신을 다시 찾아뵈었을 때 어르신은 이미 중증 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기는 했어도 건강하셨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노인이 되어 계셨습니다. 너무나 허망하고 믿어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드렸습니다. ‘뭐든 하실 수 있을 때 하세요. 즐거운 것을 하세요.’라고.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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