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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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할 뿐입니다”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7.2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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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 출신 씨름선수 임경택 장사
지난 14일 홍주읍성 인근에서 만난 임경택 장사.

지난 6일 평창평화장사씨름대회서 ‘금강장사’ 등극
더딘 발육으로 인한 슬럼프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 
“상대와 부둥켜안고 싸우는 씨름만의 신비한 매력”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저는 이런 글귀들을 좋아해요. 나태해지지 않게 늘 도전 정신을 북돋아 주거든요.” 지난해 8월 고성 대회에 이어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2 민속씨름 평창평화장사씨름대회’에서 개인통산 두 번째 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갈산 출신 임경택 선수(27)는 자신을 ‘노력형 선수’라고 소개했다. 

현재 태안군청 씨름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경택 장사는 갈산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0살 무렵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에 첫발을 들였다.  

“전에는 갈산초등학교에 씨름부가 있어서 체육시간에 씨름을 자주 했어요.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저를 인상 깊게 본 선생님의 권유로 씨름부에 들어가게 됐고요.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어서 하던 씨름인데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임경택 장사는 갈산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씨름부가 있던 광흥중학교로 진학했지만, 중학교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또래 선수들에 비해 발육이 느렸기 때문이다. 
“제가 청소년기에 발육이 더뎌서 근력이나 몸집 자체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중학교 때는 성적이 하나도 없어요. 이 때는 정말 씨름을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나 임 장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씨름은 어린 소년이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다른 길은 쳐다보지 않았다. 오직 씨름뿐이었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형편 때문에 힘들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운동했던 것 같아요.” 하늘도 어린 소년의 진심에 감동했는지 임경택 장사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1년에 10cm씩 키가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태안고등학교에서는 인생의 은사를 만났다. 당시 태안고등학교 씨름부 감독은 개인 사비로 임 장사에게 보약을 지어다 줄 정도로 물심양면 애쓰며 제자를 지도했다고 한다. 

“지금도 은사님과 연락을 주고받아요. 감독님 덕분에 씨름선수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 받은 은혜는 평생 제 마음 속에 간직할 거예요.”  임 장사는 태안고등학교를 거쳐 대구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해 대학팀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주특기인 돌림배지기로 좋은 성적을 내며 활약했다. 이후 임 장사는 지난 2019년 태안군청 씨름단에 입단하며 정식으로 프로무대에 입성한다. 
 

지난 6일 금강장사에 등극한 후 꽃가마에 올라탄 모습.

데뷔 첫해 임 장사는 제73회 선수권 대회 3위, 제56회 대통령기 대회 우승, 제5회 춘천소양강배 대회 3위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임 장사는 지난해 고성 대회에서 생애 첫 금강장사에 등극하며 꽃가마까지 올라탔다. 

그리고 지난 6일 강원도에서 열린 평창 대회 결승 경기(5전 3승제)에서는 대회 2연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김민정(영월군청) 선수와 명승부를 벌인 끝에 또 한번 금강장사에 등극했다. 올해 2월 백년가약을 맺은 새신랑 임경택 장사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 꽃가마에 올라 겹경사를 맞았다. 

임 장사는 평소 반려견 2마리를 돌보며 아내와 함께 홍성의 신혼집에서 지낸다고 한다. “요즘 일상 속 큰 행복이에요. 집으로 데려온 지 이제 7개월 정도 됐는데 자식처럼 보살피고 있어요.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새로운 경험이라 즐겁더라고요.”

임 장사의 아내는 명동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저도 아내에게 늘 배우는 게 많고, 아내도 저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배울 점이 많은 거죠.” 차분하고 침착한 이미지의 임 장사는 힘보다는 기술과 전략으로 승부를 내는 노련한 경기 스타일을 갖고 있다.
 

금강장사 결정전에서 김민정 장사를 넘어뜨리고 있는 임경택 장사의 모습.

“주특기인 돌림배지기 기술이 대학시절까지는 잘 통했는데, 프로무대에서는 잘 먹히지 않더라고요. 사실 제가 힘이 좋은 선수는 아니에요. 그래서 근력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기술과 전략을 토대로 전반적인 경기운영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임 장사는 상대와 살을 맞대고 기술과 힘을 겨루는 씨름이 아직도 신기하다고 말한다. “경쟁 상대와 가까이서 살을 맞대고 실력을 겨룬다는 게 씨름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부둥켜안고 싸운다는 게 언제 생각해도 참 신기하죠.” 
 

우승 직후 소감 인터뷰 중인 임경택 장사의 모습.

끝으로 임 장사는 프로답게 단순명료한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복잡하거나 다양한 미래 계획을 갖고 있진 않아요. 단지 최고가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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