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물 베기’는 옛말… “가정폭력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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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 베기’는 옛말… “가정폭력 엄벌해야”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10.2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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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 길거리서 아내 살해
가해자 처벌 막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거론多

최근 전국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과 폭력,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예방을 위한 법적·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도내에서는 최근 가정폭력으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50대 남편이 아내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과 20대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을 강간하고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남편 A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아내 B씨는 지난달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경찰은 1차 신고에서 A와 B씨를 분리 조치했다. 그러나 A는 다시 아내 B씨를 찾아가 폭행을 저질렀고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A는 약 2주 뒤 아내가 일하는 장소로 찾아가 대낮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아내 B씨를 살해했다.   

2019년 충청남도 가정폭력(통합)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피해자 총 3757명 중 3257명(86.7%)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발행된 충남여성정책개발원(현 충남여성가족연구원)의 ‘충남 가정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위기개입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는 가정폭력의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및 강력한 처벌 △조사단계에서 법원의 엄격한 가정폭력 가해자 선별 등이 제시돼있다. 

가정폭력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벌을 면하는 경우도 많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서울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법무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지난달부터 추진하고 있다. 

친밀한 연인관계나 이전 연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상해를 일컫는 ‘데이트폭력’ 발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의 ‘전국 및 충남 데이트폭력 신고접수, 입건, 구속현황(2016~2018)’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158건이던 충남의 데이트폭력 신고건수는 2018년 1335건으로 2년 사이 신고가 8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충남에서는 데이트폭력으로 2016년 144명, 2017년 336명, 2018년 504명이 입건됐으며, 2017년은 전년대비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기준 충남의 데이트폭력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68.5%, 남성이 11.2%로 나타나며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해자 연령별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과 충남 모두 공통적으로 2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충남은 60대 가해자보다 10대 가해자가 많은 것이 차이점으로 확인됐다. 

충남여성가족연구원은 지난 2019년 기본연구과제 ‘충남 데이트폭력 현황 및 대응방안’에서 “최근 데이트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데이트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폭력의 수위도 심각해지는 경향으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정윤 홍성군의원은 지난달 19일 진행된 홍성군의회 제288회 임시회에서 ‘홍성군 가정·성폭력 피해자 쉼터’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가정폭력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될 만큼 중범죄”라며 “현재 홍성에는 피해자와 동반자녀 긴급보호를 위한 일시보호시설이 설치돼있지만 운영규정의 제약으로 인해 직장 생활을 하는 피해자와 동반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터와 자녀의 전학 등 쉼터 입소는 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쉼터에 입소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과 숙식이 해결되는 지원체계인 홍성형 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성폭력 피해자 쉼터는 피해자들을 폭력으로부터 분리해 안전망이 돼 줄 것”이라며 “가정·성폭력 피해자 쉼터 설립은 역기능적 가족관계의 종식과 건강한 가족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국내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해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2배 규모로 확대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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