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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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 박만식 주민기자
  • 승인 2023.06.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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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예산 등 6개 시·군서 28명 추도식 참가
봉하에 도착한 28명의 봉하버스 참가자들.

5월의 봄은 늘 그리움을 먼저 만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이해 올해도 어김없이 봉하버스를 준비했다.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 운영위원회에서 준비한 봉하버스는 대전, 세종, 천안·아산, 홍성(홍성은 13주기부터 시행)에서 출발한다. 홍성지역(보령·태안·서산·당진·예산·홍성)에서는 35명이 신청해 최종 28명의 참가자와 함께 봉하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음료수와 과일 등 간식거리와 후원에 주저함이 없었고, 4시간 30분의 긴 여정에서는 자기소개와 ‘노무현 알기’ 퀴즈로 봉하로 향하는 마음은 한껏 들뜨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늘 무겁고 엄숙했던 분위기는 축제와 그리움의 문화로 승화되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쉬어갈 때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참가자들에게 이번 열네 번째 추도식은 어떤 추억이 될까? 삶의 하루를 고스란히 봉하 길에 할애한 참가자들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동지애에 대한 과분함일까?

코로나 이후로 두 번째 만나는 봉하 추도식! 수많은 국민은 봉하에 모이지 않아도 그분을 향하는 그리움과 추모의 마음은 같을 것이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길에 언제나 함께해 왔던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음이 봉하마을에 구석구석 전달되고 있었다.

7000여 명의 참가자가 생태문화공원 강렬한 태양 아래 모였고, 뜨거웠던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 가까이에서 추도식을 거행했다. 노란 물결과 수많은 자원봉사자 그리고 겸손하게 꾸며진 추도식장에서는 생전 그분의 철학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홍성지역 참가자 28명의 추모의 마음 다함을 너럭바위에 새기며 4시경 봉하를 떠나 홍성으로 출발했다.

다시 버스 안은 축제였다. 강렬했고 무더웠던 고단함은 28개의 노란 바람개비로 날려버렸고 서로에게 다가서며 이번 기회에 ‘서해안지역 노사모(가칭)’를 다시 결성하자는 의견까지 다다랐다.

보령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채 모 씨는 “상식적이지 않는 물건(거대회사나 친일기업 상품)을 팔지 않아 장사가 어렵지만 이곳을 다녀가며 그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고, 내포신도시에서 참가한 이 모 씨는 “남편과 정치적 성향이 너무 다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이곳에 왔다”며 감회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집필한 <진보의 미래>에서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으며, 이상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이라 한 어록에서 추도식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봉하로 가기 전 필자는 이 책을 읽었지만 늘 어려운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적 고민을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다만 그분은 항상 국민의 삶을 걱정했고, 권력 없는 정치를 했고, 권력의 반을 내놓으면서 국민통합과 새로운 선거제도를 강조했다.

열네 번째 추도식을 마치며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내며 헤어지는 뒷모습에 노무현의 얼굴이 오버랩되고, 열다섯 번째 추도식이 기다려지는 걸 보니 오늘의 여운이 오래 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봉하의 노란 향기는 고되고 힘든 삶 속의 향기로움으로 남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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