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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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같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07.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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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37〉
이등자(84) 〈우리집 꽃〉 36×26㎝ 수성싸인펜.

한 어르신이 “그림을 그려서 뭐에 쓴대요?”하고 물으셨습니다. 마을의 부녀회장을 오랫동안 하셔서 책임감도 강하고 두루두루 이해도 잘하시는 어르신이어서 무슨 의도로 하시는 말씀인지는 금방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림을 그려 놓아도 누군가 좋아하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는 나 외에는 보아줄 사람도 없다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어르신은 아주 일찍 본질적인 고민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그림은 본래 쓸모가 없습니다. 쓸모가 있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우니까 그리는 것입니다. 즐겁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누구나 한 세상을 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어려움을 겪고 슬픔을 겪습니다. 애환이 있는 것입니다. 그 애환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의 속 이야기를 아주 친한 누군가에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생각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일들을 이제 와 다시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일이 되고 마음이 넓어지면서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이옥희(87) 〈고양이〉 36×26㎝ 수성싸인펜.

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색채에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밝고 아름다움 색채는 즐거움을 줍니다. 노란색은 노란 개나리꽃을 본 것 같은 마음이 되게 하고 파란색은 마음을 파란 하늘을 보았을 때처럼 맑고 환하게 합니다. 보라색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아련한 기분이 들게 하고 초록색은 싱그러운 풀잎을 보았을 때처럼 마음에 싱싱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림 그리기는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기억하는 것을 똑같이 묘사하려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그리면 됩니다. 그림은 생각한 것을 똑같이 묘사하는 게 아니라 색채와 선으로 그때그때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림 그리기를 놀이와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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