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백리(花香白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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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향백리(花香白里)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4.18 08: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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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환상적인 꽃의 세계는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유혹의 선물이다. 봄꽃은 마치 패션쇼의 모델처럼 다양한 색과 모습으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긴 겨울은 내성과 반성의 시간이다. 새 계절의 희망과 약속은 축복받을 만큼 신선하고 매혹적이다. 봄꽃은 희망, 재생, 새로운 시작의 메신저다. 꽃의 향기와 빛깔은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봄꽃이 필 때, 사람의 내면에서도 소소한 행복의 씨앗이 자라난다. 이해인 시인은 4월에 대해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맘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적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라고 말한다.

은은한 달빛에 비친 눈 덮인 뜰 풍경은 실로 감탄 그 자체다. 봄에 생명의 첫 숨결로 벚꽃이 꽃잎을 펼치는 모습은 이에 못지않다. 벚꽃은 마치 흰 눈이 내려앉은 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벚꽃이 만개하면 꽃잎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며 아름답고 신비로운 감동의 경지로 관람객을 이끈다. 벚꽃 가운데 일부 꽃잎은 겹꽃잎을 가지고 더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이다. 섬세한 꽃잎은 낙화까지 아름답다. 벚꽃 나무는 꽃이 지더라도 멋진 녹색 잎사귀가 아름다움의 여운을 잇는다. 잎은 작고 미세한 주름이 있어 봄바람에 흔들리며 유연하게 춤춘다.

개나리의 노란 꽃잎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다. 봄이 오면, 그 화려한 모습이 마법처럼 우리를 매혹한다. 화려한 색채와 우아한 꽃은 세상을 밝게 비추며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준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 기대, 우정, 평화인데 이 모든 가치를 담고 있는 꽃이다. 김소월의 시 ‘개나리꽃’, 박목월의 시 ‘개나리’, 서정주의 시 ‘개나리’, 김춘수의 시 ‘개나리’는 개나리꽃을 모티브로 한 시다. 진달래는 산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그 꽃말은 사랑, 선율, 겸손, 온화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시 속에서 사랑의 상징이자 아픔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흩날리는 진달래꽃잎은 시인의 아픔과 슬픔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봄꽃의 화려한 향연은 튤립, 수선화, 목련에서 절정에 이른다. 튤립은 다양한 색상과 우아한 자태로 피어난다. 향기는 봄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간다. 네덜란드의 튤립 축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날리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신안 튤립 축제와 태안 튤립 축제 등도 이름 있다. 수선화는 노란색, 흰색, 주황색 등 다양한 색채로 피어난다. 꽃잎이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이다. 시인 정호승은 그의 시 ‘수선화에게’에서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을 품는 메시지를 전한다. 목련은 ‘봄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봄을 장식한다. 꽃잎을 한 잎 한 잎 떨구면서 아름다움의 극치에 이른다. 이맘때 테너 엄정행의 ‘목련화’가 울려 퍼진다면, 목련이 없는 곳에서도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봄의 향기는 삶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하며,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봄꽃은 미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꽃은 사람 사이에서 대화의 주제가 되고,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 사람들은 꽃의 색상, 향기, 형태 등을 자세히 관찰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에 감사한다. 꽃 선물을 통해 사랑과 관심을 나눌 수 있다. 봄의 꽃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가 하면,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상기시켜 준다.

봄의 꽃은 앞다퉈 피어난다. 우아한 하얀색의 매화꽃과 화사한 노란색의 산수유꽃이 봄을 봄답게 한다. 들판은 연두색으로 변해 새로운 생명력이 집결하며, 봄은 우주 만물에 축복을 내리고 그 예쁨을 마음껏 뽐낸다. 시냇가의 버들강아지 가지에서 연두색 싹이 배시시 웃으면서 피어난다. 햇빛이 물 위를 오가며 반짝반짝 빛난다. 자연은 이렇게 소용돌이치다 흐른다. 4월은 현대인에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고, 기회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꽃을 오랫동안 감상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봄꽃은 햇빛에 의해 활짝 피어나지만, 그늘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꽃이 있다. 각 꽃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햇빛과 그늘을 조화롭게 조절해야 한다. 봄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수(灌水)와 영양분 공급이 필요하다. 물을 과다하게 주지 않도록 주의하며, 꽃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해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병충해로부터 꽃을 보호하고, 가지치기를 통해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그 꽃을 위해 쏟은 시간 때문이야”라는 생텍쥐페리의 동화에 나온 말을 소환해 본다. 

봄은 새로운 꿈의 향기가 눈부시게 피어나는 시간이다. 코스모스는 이 봄이 너무 지루할지 모르지만,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것 아닌 하루가 온다고 해도 우리에겐 아직 봄이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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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2024-04-19 04:16:29
와~~어디선가 꽃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봄 꽃을 다~구경한 느낌 입니다. 화이팅요 !!

무해 2024-04-18 17:53:25
화향백리, 그렇습니다. 온 조선 땅에 봄 꽃 향이 백리를 달려 꽃 내음이 사방에 가득합니다. 꽃으로 인해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어두운 소식이 많으나 세상을 밝게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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