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우리가 심어야 할 나무, <강자 동일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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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해 우리가 심어야 할 나무, <강자 동일시>를 읽고 
  • 이동호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 승인 2024.04.1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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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봄이 왔지만, 예상치 못하게 3월 한 달간 저온 현상과 흐린 날이 이어졌다. 때문에 봄꽃 피는 시기가 늦어졌다. 벚꽃 축제가 꽃봉오리 축제가 되는가 하면, 아까시 꽃이 필 때까지 세력을 키워야 하는 꿀벌은 늘어나는 속도가 더디다. 농부도, 소비자도 사과 값이 올해는 괜찮아지길 바랐지만, 예측 불가한 날씨로 시작되는 것이 올해도 첫 단추가 불안하다. 그럼에도 봄볕은 마음을 깨우는 힘이 있어 점점 푸릇한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고양시킨다. 거리를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내가 사는 홍동에는 봄철 명소가 있다. 국내 어느 벚꽃길 못지않은 벚꽃길이 이 시기에 만개한다. 장곡면에서 출발해 예산군으로 흘러가는 무한천. 이 하천을 동네에서는 홍동천이라 부르는데, 천을 따라 좌우로 벚나무가 심겨 있다. 홍동 주민들과 풀무신협 임직원들이 30여 년 전에 심었다. 그 길이 장관인데 멋지게 피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십 년 사이의 일이라고 한다.
 

강수돌/사무사책방/16,500원/초판 2021년
강수돌/사무사책방/16,500원/초판 2021년

우연히 그 당시 벚나무를 심었던 어르신께 당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여전히 먹고살기 바쁘던 그때는 꽃나무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시기였다. 앞으로를 위해 가로수를 심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심었다. 작은 묘목을 사다가 누구네 밭을 빌려 몇 년을 키웠고, 팔뚝만 한 굵기가 된 것을 심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렇게 무성하게 될까 싶었단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걷기 좋은 길,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연붉은 기운이 멀리서부터 진해져 오는 것을 보고, 서로 통신원이 되어 언제쯤 터져 나올지 예보를 전한다. 매년 벚꽃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꽃길을 걷다 보면 축제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을 수행했던 더본코리아와 홍성군이 홍성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우리는 왜 관광객수에 그렇게 목을 맬까? 충남연구원은 지난해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비 위축과 관광객 유치의 상쇄 효과’를 통해 주민 1인 소비 대체에 필요한 관광객수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 66명이 주민 1명의 ‘소비’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글로벌바베큐페스티벌 측에서 주장하는 41만 명 방문을 계산하면 군민 6212명의 소비를 만든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홍성 축제사 중 최대 성적이었던 바베큐페스티벌이 어떤 효과를 남긴 것인가 말이다. 

위 연구의 결론(혹은 목적)은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토끼 66마리를 잡는 것이 집토끼 하나를 잘 보살피는 것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주민이 생활하면서 유발되는 효과(필요한 물건을 빌려 쓰고, 안부를 확인하고, 쓰레기를 줍는 등의 기능)는 아직 꺼내지도 않은 값이다. 거꾸로 말하면 살고 있는 주민에게 잘하고 늘리는 것이 관광에 투자하는 것보다 가성비(정책 효율성)가 좋다.

‘강자 동일시’의 밑바탕엔 두려움이 있어요. 죽음의 두려움, 배제의 두려움, 탈락의 두려움 등이죠. 왜 그럴까요? 온갖 종류의 폭력 때문이죠. 한 개인을 넘어선 역사와 사회체제의 구조적 폭력들이지요. 개인으로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죠. 죽음, 탈락, 배제, 루저 등에 대한 공포, 이걸 회피하려는 심리적 전략이 ‘강자 동일시’로 나타나는 것이죠. 

강수돌 교수는 지금까지 <경쟁 공화국>, <여유롭게 살 권리>,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을 비롯한 많은 책을 쓰고 번역했다.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자본주의가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해왔다. 그는 책 <강자 동일시>에서 시민이 왜 무력해지는지, 왜 일중독과 돈중독에 빠지는지를, 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말한다. 그건 개인만이 아니라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마지막날에 심은 사과나무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혜택은 다음 세대가 본다는, 그 말은 틀렸다. 고향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다음 세대를 돕는 일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건강한 부녀회와 청년회가 있는 마을은 활기가 넘친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아이가 태어나는 마을. 서로를 돕는 일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연대의 가치를 말하는 책 <강자 동일시>를 보니 30년 전 벚나무를 심었던, 지금도 고향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덧붙여 홍성군 예산감시 ‘월간홍시’ 4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바비큐페스티벌 in 홍성’ 축제의 총매출액은 9억 4755만 원으로 축제에 방문했다는 41만 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2311원을 지출한 셈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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