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끼운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첫 단추 '빨리 시정해야'
상태바
잘못 끼운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첫 단추 '빨리 시정해야'
  • 전만수 본지 자문 위원장
  • 승인 2013.01.03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사(癸巳)년 새해가 붉은 태양과 함께 밝았다. 지난해는 두 차례의 선거가 있어서 국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해였다. 올해는 국민 모두가 힐링의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2012년의 고사성어를 보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과제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1위는 ‘더러운 세상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란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 2위는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 있다’는 ‘대권재민(大權在民)’, 3위는 ‘믿음이 없으면 일어서지 못한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세상의 탁함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하고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동안의 갈등을 신뢰로 극복하자는 함의로 이해된다.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결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사자성어의 조합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의 기록을 세운 박근혜 정부의 역할과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높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73.4%에 달했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긍정예측(53.5%)이 부정예측(40.3%)보다 훨씬 높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의 골도 깊은 법’인데 당선인으로 단행한 첫 인사가 많은 우려를 동반한다. 첫 인사는 새 정부의 성격을 규정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가 제자리를 잡는다.
새해 첫날은 흰 눈으로 환하게 밝았는데 새 정부 출범 원년의 대내외 환경이 맑지만은 않다. 외부 환경이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여건이나 정치기상 마저도 투명하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이 행한 인수위 첫 인사가 문제의 화근이다. 소위 검증이 생략된 ‘밀봉(密封)인사’가 야기한 파장이다. 당선인의 인사원칙은 ‘보안’이 아니냐는 비틀림이 자자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에 대하여 대부분의 도하 언론은 밀월(蜜月)의 묵계인지 심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밀봉인사의 문제 지적과 인사의 시스템적 검증을 요구하는 선에서 당선인의 고유권한으로 양해하고 있는 뉘앙스다. 고유권한인 것은 분명하다. 권력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그것이 힘이고 권위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래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고유권한이란 미명으로 화근을 들어내지 않고 가는 것은 야당에게 빌미만 줄 뿐이다. 결국 당선인이 천명한 국민 대통합과 탕평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뜻인가? 당선인은 당선 인사말을 통해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며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하겠다”고 국민을 향해 스스로 약속 하였다.  
지난 12월 24일 이래 대변인과 일부 인수위원의 임명이 철통 보안 속에 단행되었고 발표자는 전달된 봉투의 속지를 읽는 대독자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대변인이 3명이나 필요한지 의문이다. 자고로 인간에게 한 개의 입과 두 개의 귀를 준 것은 말을 삼가고 경청을 2배로 하라는 묵시라고 한다. 개인도 말이 많으면 화만 키우는 게 상식이다. 입이 많은 것은 과도한 의욕이다. 청년특위 위원 중 2명이 ‘돈봉투’와 ‘하도급 대금 늑장지급’ 문제의 전력자로 밝혀졌다. 도덕적 치명상이다. 앞서 임명된 ‘칼럼세상’ 윤창중 대표의 수석 대변인 기용은 문제가 심각하다. 윤 수석 대변인 임명에 대하여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 대변인은 “편 가르기에 의한 박 당선인의 불통 인사이자 잘못된 첫 단추”라며 “즉시 임명을 철회하고 본인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공하였으며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국민 대통합을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유력 인사들에 대하여 ‘정치적 창녀(娼女)’라고 원색적 비난을 한 사람을 인수위 수석 대변인에 임명한 것은 48%의 국민지지를 받은 반대세력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정면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그의 말 바꾸기는 구설수 차원을 넘어 공인의 자격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면의 속살마저 드러냈다. 윤수석은 한 종편방송에서 ‘박근혜 정부에 들어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 개인에 대한 모욕이다. 윤봉길 의사에게 독립이 됐다고 해서 ‘문화관광부장관을 하라’고 한다면 모독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2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윤봉길 의사가 제 문중 할아버지”라며 “윤봉길 의사가 만약에 대한민국 정부의 첫 번째 인선에서 제안을 받았다면 애국심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제가 판단해서 (수석 대변인직을)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체계를 의심할 만한 행간들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비등하다. 친박의 유승민 의원은 “너무 극우다. 당장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그런 사람을 기용한 것은 국민에게 증오감밖에 키워주는 게 없는 것 같다. 중도의 마음을 살피고 중도를 겁내는 정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좀 더 그런 인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고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발언을 통해 비판적 시각을 피력하였다. 특히 유위원장이 강조한 ‘중도를 겁내는 정치’는 시대의 화두이고 박 당선인의 공약과도 상통한다.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대통합과는 분명 거리가 먼 인사다. 
‘인사가 만사다’ 망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다. MB정부에 씌워진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인사의 업보가 정권 내내 정부의 신뢰성에 상처를  주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선인이 단행한 첫 인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 떡잎이 잘못 되었으면 서둘러 새 씨앗을 뿌려야 한다. 소신이라는 허울에 갇힌 불통 고집의 속내가 유연성의 리더십을 잡아채서는 안 된다. 영광스런 승자로서의 여유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의 통 큰 포용력을 발현하여야 한다. 잘못을 고치고 정정한다고 권위가 손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려 깊은 리더십의 표상으로 수평적 권위가 확대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2월 20일 10시에 행한 당선인 연설을 생중계를 통해보며 뭉클한 감동을 받았었다. 자신감에서 우러난 당당함과 큰 포용의 마음은 실로 압권이었다. 필자는 가슴 벅찬 희망으로 자랑스럽게 한국호 선장을 맞고 있었다. 100% 대한민국 국민으로 70% 중산층의 대열 합류를 확신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신년 덕담을 빌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에 대하여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윤창중 수석 대변인을 인수위 대변인으로 두 대변인을 당선인 대변인으로 외두른다고 해서 화근이 뽑혀질 수 없다. 야당 지도자의 포고를 중도의 민심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유지담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시각은 품위와 단호함이 충분하다. 고언으로 받아들여 조속한 시정을 촉구한다. 당선인 본인이 천명한 “민생과 국민대통합의 국정철학”을 실천하여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