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탓에 선박 접근 불가해… 행정 실패로 세금은 허공에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 위치한 여객터미널이 준공 3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죽도행 도선과 본토를 잇는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내항 수심 부족과 토사 퇴적으로 선박이 접근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남당항 여객터미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지역 공공기관인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이 2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022년 11월경 완공됐지만, 1999년 먼저 건설된 방파제로 인해 내항에 토사가 쌓여 수심이 얕아지는 문제로 현재 도선과 어선 모두 터미널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죽도행 도선은 여객터미널 건립 전과 마찬가지로 1km 이상 떨어진 외항 방파제에서 승하선을 이어가는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일 <홍주신문>이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터미널의 내부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집기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출입구와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어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시설이 사실상 수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터미널 신축 전부터 내항의 구조적 문제와 토사 퇴적 현상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기관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터미널 건설을 강행했고, 완공 후에야 문제를 인식해 60억 원을 들여 내항 준설에 나섰다. 그러나 선착장 붕괴 위험 등 추가적인 문제로 인해 결국 준설사업도 마무리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터미널 신축비 21억 원과 준설사업비 60억 원 등 총 81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터미널은 3년째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인근 상인들은 “행정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겉핥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상황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강행했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항의 수심과 선박 접근성 등 기초 인프라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터미널 신축을 추진했어야 한다”며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사업의 진행 상황과 성과 달성 여부를 점검하면서 단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터미널 정상화가 단기간 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흉물로 방치하기 보다는 해양·어촌 체험 관광 거점, 문화·관광 복합공간, 지역 행사장 등으로 대체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지역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터미널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남당항 여객터미널 방치 사태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 행정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막대한 세금이 그대로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현장 중심의 행정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