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천 제방 붕괴… ‘집중호우’인가, ‘부실공사’인가
상태바
와룡천 제방 붕괴… ‘집중호우’인가, ‘부실공사’인가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5.08.07 06:45
  • 호수 903호 (2025년 08월 07일)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들 “제방 공사가 붕괴 불렀다”… 인재(人災) 의혹 제기
김태흠 도지사 “바보 같은 공사”… 현장서 시공·설계 ‘질타’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갈산면 와룡천 제방 붕괴 현장 점검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지난달 갈산면 와룡천 제방이 집중호우로 붕괴돼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4일 갈산면 신안리 와룡천 인근에서 열린 호우피해 현장 점검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용록 홍성군수, 관계 공무원, 마을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록 군수가 현장 보고를 시작하려고 하자 피해 주민들은 김태흠 지사를 향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제방 하단부는 오래전부터 침식이 진행돼 있었고, 이에 대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1년 인근에서 시행된 하천 정비공사로 하천 폭이 좁아지고, 물길이 변경되면서 유속과 수압이 증가해 이번 붕괴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해 주민들은 “설계와 시공이 잘못된 데다 관리조차 부실했던 결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의혹은 현장 점검에 나선 김태흠 지사의 발언에서도 재확인됐다. 

김 지사는 붕괴된 제방 인근을 둘러보며 “공사를 바보같이 했다. 제방이 약해서 무너진 것”이라며 부실한 설계와 시공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김 지사는 “하천에서 힘을 덜 받는 부분은 견고하게 마무리했으나, 정작 압력이 집중되는 구간은 돌망 설치 등이 미흡해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구간은 지대가 낮고 물이 집중되는 곳임에도 제방 높이도 낮고,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아 붕괴 위험을 키웠다”고 질타했다.

피해 주민들은 행정과의 소통 부족과 늑장 대응에 대한 불만도 크게 표출했다. 

한 주민은 “붕괴된 제방은 응급복구가 진행됐지만, 주변 토사나 수초는 집중호우 이후 한 달 가까이 방치됐다가 도지사가 온다니까 그제야 치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초기 대응과 설명이 충분했더라면 지금처럼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말뿐인 재해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이번 와룡천 제방 붕괴에 대해 주민들이 단순한 자연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하천 정비공사의 설계와 시공 부실, 장기 침식을 방치한 관리 소홀, 그리고 사후 소통 부재까지 복합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설계 기준 강화와 함께, 제방 붕괴 원인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 주민 의견 수렴, 재해 예방 체계 재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피해 주민들의 상처와 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홍성군에 내린 집중호우는 평균 387.9mm의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금마면은 479mm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택, 농경지, 공공시설 등 전역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갈산면 동산리 지역의 와룡천 제방이 2590m에 걸쳐 유실돼 농경지 0.81헥타르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10동이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일부 주민은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홍성군과 충남도는 제방 붕괴 직후인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응급 복구를 신속히 진행해 현재 100%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