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록 군수 “통합 RPC 반드시 재추진하겠다” 의지 밝혀
2025 군정질의 현안진단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같은 홍성인데 읍면마다 쌀값이 다르다? 벼 수매가가 5000원 이상 차이 나며 “같은 쌀인데 왜 값이 다르냐”는 농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 건조시설 격차가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통합 RPC 설립 필요성과 행정의 조정력 부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홍성군의회 제316회 임시회 군정질문에서 ‘벼 수매가 불균형’ 문제가 공식 제기됐다.
이정윤 의원(국민의힘·홍북읍)은 “같은 홍성군인데 지역별 수매가가 40kg당 5000원 이상 차이 나는 것은 구조적 문제”라며 “이 문제는 단순한 가격 차이가 아니라 행정의 조정력과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의원은 벼 재배 농가의 소득 안정화 방안 외에도 인구감소 지역 활성화 대책을 준비했지만, 할당된 50분 중 대부분을 벼 수매가 문제에 집중하며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올해 홍성군의 쌀 생산량은 4만 7000여 톤으로, 충남 전체의 약 6.6%를 차지하지만 공공비축을 제외한 83%가 민간이나 농협 RPC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같은 군 내에서도 장곡·홍북·결성·서부 지역은 5만 5000원~5만 6000원, 광천·홍성·금마·갈산·홍동·은하면 등은 6만 원 이상에 수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시장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 격차가 낳은 구조적 불균형”이라며 “홍북·서부 지역에는 건조시설이 부족해 민간 정미소에 위탁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저가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조시설 격차’가 낳은 ‘구조적 불균형’
이 의원은 “건조시설이 부족하면 결국 농민이 시간과 품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수확 후 하루라도 건조가 지연되면 벼의 수분 함량이 높아 품위가 떨어지고, 도정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 결국 농가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북·서부 지역 농가들은 수확철마다 벼를 건조시키기 위해 수㎞ 떨어진 인근 읍면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순번을 기다리며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운반비와 대기 시간이 추가로 발생하고, 시기를 놓친 농가들은 부득이하게 민간 정미소에 헐값으로 넘겨야 하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또 “같은 군민이 같은 품질의 쌀을 생산하고도 연간 15억 원 가까이 손실을 본다”며 “이 불균형이 6년간 지속되면 누적 피해액이 90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통합 RPC, 행정의 결단과 정치력 필요”
이 의원은 통합 RPC(미곡종합처리장) 설립의 필요성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당진·예산·보령 등 인근 지자체는 이미 통합 RPC를 통해 농가 소득을 안정화시키고 있다”며 “홍성군도 행정력뿐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 조합 간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록 군수는 “정부 방침상 통합 RPC가 아니면 지원이 어렵다”며 “우리 군도 농가를 위해 추진하고 있으나, 조합 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적자 우려와 운영 부담이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되 추진 의지는 계속 유지하겠다”며 “조건부 지원을 전제로 한 행정은 적절하지 않다. 시행 후 문제가 생기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행정이 원론만 이야기하면 변화가 없다”며 “공감대 형성과 이해관계 조정은 행정력보다 정치력의 영역”이라고 지적했고, 군수는 “모두가 공평하게 혜택을 받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형평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통합 RPC 추진이 어렵다면 광천·홍성·금마·갈산 등 주요 거점의 DSC(건조저장시설)를 확충해 읍면 간 수매가 불균형을 줄이는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록 군수는 “시설 보강과 유지보수는 병행하되, 통합 RPC 추진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군정질문은 단순한 수매가 논쟁을 넘어 △지역 간 농업 기반시설 격차 △농협 RPC 구조의 한계 △행정의 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수매가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농민의 한 해를 평가받는 값이다. 지역이 달라도 값이 같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홍성 농업의 품격’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