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여파… 새조개 축제장도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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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여파… 새조개 축제장도 ‘썰렁’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8.01.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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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12시무렵 한산한 남당리 상가 주민들이 혹 이라도 지나는 손님이 있을까 밖을 서성이고 있다. 지난해의 1/3에도 못 미치는 관광객으로 인해 기름유출에 따른 여파를 실감하는 남당리 새조개 축제장.

홍성 남당새조개 축제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가운데 지난 18일 남당항 일원에서 개회식을 갖고 막을 올렸다.
새의 부리 모양과 닮은 속살로 인해 새조개라 불리는 이 조개는 다른 조개와 달리 비린 맛과 퍽퍽함이 없어 ‘명품·웰빙 조개’로 불릴 정도로 미식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12월 7일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이라는 사상 최대의 환경오염 사고로 천수만을 비롯한 서해안 일대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 이번 축제에 커다란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기름유출사고 속에서 강행된 이번 축제 현장은 개막식에서부터 한산해 개막식에 참석한 상인들의 얼굴에도 걱정으로 인한 근심이 가득서려 있었다.
지난 26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항포구에 위치한 50여개의 가게 앞거리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따금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을 때면 상가주인들은 오는 손님을 놓칠 새라 바삐 손을 놀렸다.
한창 호황을 누려야 시기에 두 손 놓고 있어야하는 상가주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십수년을 새조개 등 각종 수산물 장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신건식(어촌마을)어촌계장은 “원유유출사고가 있은 뒤부터 만 원짜리 한 장 구경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며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조개 뿐 아니라 바다의 생물들은 기름에 노출되면 바로 죽는다”며 “손님들이 문 앞에서 새조개를 들고 기름 냄새를 운운하면 그보다 더 속상할 때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겨울 추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찬 바닷물에 손을 넣어가며 일하지만 이곳 남당리 일원의 상인들은 “붐비는 손님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때가 그립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새조개 축제 현장을 찾은 몇몇 관광객들 역시 이를 몹시 안타까워했다.
대구에서 축제현장을 찾았다는 유태훈(41, 대구시 수성구)씨는 “매년 새조개 축제가 되면 이곳 남당리를 찾고 있다”며 “원유유출 피해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복구활동을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남당리와 같이 간접 피해지역을 찾아 소비활동을 펼치는 것 또한 시름에 잠긴 어민들을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이제인(37, 서울시 강남구)씨 역시 “많은 사람들이 원유유출사고 발생 이후 서해안 바다가 전부 오염된 줄로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 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새조개를 입안에 넣었을 때 느끼는 그 감미로운 맛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오히려 시름에 잠긴 어민들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라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의 개최여부에 대해 고민하며 개막식을 한 달이나 늦추어 가며 각종 대안 속에서 개최한 이번 새조개 축제는 주최기관의 열정에 동요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한 기름피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축제현장에 인접한 홍성군민들 조차 참여율이 저조한 가운데 수도권 관광객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가격하향조정이라는 대안도 좋지만 홍성 새조개의 우수성과 안전함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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