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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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9 >
  • 한지윤
  • 승인 2013.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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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겁에 질린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되어 사과했지만 그럴수록 패거리들의 기세는 더욱 당당해졌다. 모여든 녀석들이 한마디씩 떠들었다.
"이 자식, 겁도 없구만."
"너, 죽고 싶어? 임마."
죽을죄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당하고 있는 아이를 향한 반 아이들의 눈빛은 동정심과 공포 반반이었다. 종호네 패거리들과 한 반이 되고 나서 누구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는 일종의 관문과도 같은 이런 일들에 모두들 익숙해 있는 듯 했다.
묵묵히 쳐다보고 있던 현우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아이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음을 떼려는 현우를 진영이 붙잡았다.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진영의 눈이 '가지 마'라고 말하고 있었다. 현우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는 진영을 뿌리치고 그들에게 걸어갔다.
"무릎 꿇어. 임마."
종호네 패거리들 중 청자켓을 뺀 나머지 녀석들이 킬킬거렸다. 겁에 질린 아이는 그래도 한 가닥 자존심을 버릴 수 없는지 "미안해"라는 말만 연발하며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무릎 꿇으라니까."
킬킬거리며 조롱하던 한 녀석이 어깨를 눌러 억지로 무릎을 꿇어 앉혔다..
"그만 둬."
그 순간 현우의 목소리가 불안한 분위기를 깨고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모여든 아이들 뿐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던 아이들까지 현우를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극적인 반전을 바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리들 곁으로 다가서는 현우의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그는 모여든 아이들을 젖히고 가운데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그대로 있어."
청자켓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패거리 중 한 녀석이 현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이 새끼. 죽고 싶어?"
그러나 말을 다 끝내지고 못하고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쓰러졌다. 현우가 팔을 꺾은 것이다.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까지 전부 몰려들자 체면이 깎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청자켓이 욕설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잽싸게 몸을 피하며 가한 반격에 그도 배를 얻어맞고 물러섰다. 지켜보던 아이들의 입에서 감탄의 말이 터져 나왔다.
매서운 눈초리로 현우의 몸놀림을 묵묵히 쳐다보고 있던 종호가 천천히 일어났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현우가 덤벼볼테면 덤벼보라는 듯 종호를 노려보았다. 둘러선 아이들이 한발씩 뒤로 물러서고 종호가 현우에게 바짝 다가왔다.
"어때? 우리 얘기 좀 나눌까?"
팽팽한 긴장을 뚫고 종호가 보일 듯 말 듯한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 나쁠 건 없지."
현우가 차갑게 답했다.
미라는 교문에서 멀지 않은 선물의 집 안에 서서 초조하게 밖을 내가 보았다. 유리창 안쪽에는 바깥쪽을 향해 방긋방긋 웃는 손바닥만한 인형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어서 미라의 눈엔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인형의 뒤통수만 가득 들어왔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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