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건네는 따뜻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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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건네는 따뜻한 선물
  • 양혜령 기자
  • 승인 2014.01.16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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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디어라이프

디어 라이프/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1만 3500원

 단편 작가 첫 노벨상 수상 자전적이야기등 14편 소개
한순간에 잊혀질 삶의 모습 정확히 포착하고 담아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대부분은 많은 이들에게 어렵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작품 자체가 난해한 것인지, 우리말로 어렵게 옮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느 작품처럼 술술 읽히지 않는 점은 대체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을 들으며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82)가 최신작이자 마지막 걸작으로 발표한 단편집 ‘디어 라이프(Dear life)’는 마치 편지를 읽는 것처럼 편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는 각 단편소설마다 살아온 날들의 생채기를 토닥토닥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며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으로 동화되도록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집에는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자전적 이야기인 표제작 ‘디어 라이프’와 ‘시선’ ‘밤’ ‘목소리들’을 포함, 열 네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을 그린 ‘일본에 가 닿기를’, 언니의 익사 사고 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연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차’ 등 작가의 고향인 캐나다의 작은 타운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거야”라고 말한다. “뭐가 어떻든 간에, 그냥 그러려고 해봐. 넌 할 수 있어. 하다 보면 점점 더 쉬워질 거야. 주변 상황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넌 모를 거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자갈)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행복과 삶의 희망이 저절로 느껴진다.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힘이 느껴지진 않지만 구구절절 아름다운 삶의 한순간을 담아내는 짧은 이야기 속에 잔잔한 서사의 힘은 더욱 강렬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성은 결코 강인하지 않다. ‘기차’에서 “남자는 연인을 버리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존심’에서는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회적 열세로 여겨지는 언청이라서 여자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라는 점에서 보듯 먼로의 작품 속 주인공은 결함형 인간이다. 그것이 더 인간적인 삶의 모습임을 보여주며 평범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은 계획대로 의도된 대로 이끌어 가지는 게 아니다. 때때로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으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인생의 한순간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정확히 포착하고 통찰하고 있어 먼로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디어 라이프’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월에 읽을 만 한 책으로 추천한 작품이다. 단편 작가로서는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가 이 작품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으니 먼로의 새 작품을 만나는 것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특별하다.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먼로의 작품을 통해 서로를 용서하며 따뜻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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