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세월호’ 참사와 지도자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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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 ‘세월호’ 참사와 지도자의 도(道)
  • 이석호 편집국장
  • 승인 2014.04.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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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겨있다. 이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 학생 수백명이 타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사고 전날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들뜬 마음과 설레임으로 배에 올랐다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꺾였다.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인재로 밝혀질 것은 불문가지다. 희생자가 벌써 150명을 넘고 있으니 역대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하는 한국의 수치스런 모습이 세계 각국에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국가적인 대외신뢰도 등에도 상처를 입히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행태이다. 수백명이 승선한 여객선은 ‘물위에 떠 있는 국가’나 다름없다. 배가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로 진입하면 선장의 판단과 행동은 곧바로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배위의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장에게 배안의 지휘명령권과 해원의 징계, 필요시 수장(水葬)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장에게는 지켜야할 많은 의무와 임무도 많다. 가장 중요한 의무와 임무는 ‘위급 상황시 인명 등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빠른 판단과 리더십을 발휘해 한명이라도 더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은 배가 위기상황까지 치달았는데도 승객들의 퇴선(退船)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배에서 퇴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장뿐인데도 세월호 선장은 승객의 퇴선 여부를 해상교통관제센터에 물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배가 침몰하는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유도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쳤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마디로 선장은 살인자였고 승무원들은 살인을 방조한 격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타이태닉호 침몰 때 스미스 선장이 끝까지 승객을 하선시키고 자신은 타이태닉호와 함께 운명을 같이한 것과 비교하면 선장이 보여준 도(道)는 대조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층 등의 부적절한 행동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 수습과 인명 구조 등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초기에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허술한 위기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비통의 현장에서 한 정부 고위 관료는 기념촬영을 하지 않나 어떤 장관은 통곡하는 유족들 사이에서 버젓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다. ‘이 정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라는 해경 간부의 막말이나 구급을 위해 투입된 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사용한 얼빠진 공무원의 행동을 보면서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이제 40일후면 지역의 지도자를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설 만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의 표출의 장이다.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홍성군이라는 배가 올바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진두지휘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을 뽑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유권자들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 노력할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청렴하게 지도자의 도리를 수행할 인물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서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나만 살겠다고 수백명의 승객을 버리는 세월호 선장과 같은 무책임한 지도자나 위기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인물들은 절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도(道)를 갖추지 못한 지도자의 그릇된 판단이나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 세월호 침몰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홍성호에 승선할 새로운 지도자를 제대로 골라야 할 것이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홍성의 10년을 좌우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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