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을 찾아]
⑦ 방승호 서울 중화고등학교 교장 (홍성읍 오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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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을 찾아]
⑦ 방승호 서울 중화고등학교 교장 (홍성읍 오관리)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05.2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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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쓰고 노래하고 아이들을 ‘웃기는 교장’이죠”

쉬는시간 인형탈 쓰고 기타공연 괴짜 교장
문제학교를 가고 싶어 하는 학교로 탈바꿈
신체활동 통한 모험 상담 전국에 재능기부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추억을 쌓지만 교장 선생님에 대해서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저 매주 월요일 “에~ 또~”로 시작하는 끊임없는 훈시나 학교에서 제일 높은 선생님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서울시 중화고등학교 방승호(54) 교장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날려버린다. 쉬는 시간 인형 탈을 쓰고 학생들을 만나는가 하면 기타를 들고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날라리 교장’, ‘노래하는 교장’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남다른 교육철학은 서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학교폭력이 심했던 학교를 이제는 학생 스스로 가기를 원하는 행복한 학교로 만들어 가고 있다.

홍성읍 오관리가 고향인 방승호 교장은 고 방금석, 전인옥(76) 씨 사이에서 태어나 홍성초, 홍주중, 홍성고(34회), 충남대를 졸업했다. 이후 경북 청송의 한 중학교에서 기술교사로 교단에 섰다. “본래 아이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항상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1998년 미국 연수에서 모험상담을 접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죠. 잠깐의 놀이 활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열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도전하고 행동하게 하더군요.” 방 교장은 소위 ‘문제아’들과 전국의 공부방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기 시작했고 2003년엔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달의 나눔인’을 비롯해 ‘대한민국 꿈을 가꾸는 사람들’, ‘CJ나눔재단 베스트 나눔인’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KBS 아침마당에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처음 시도된 ‘모험놀이 상담’은 쉬운 신체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고 효과적인 관계 회복을 이끌어내는 상담기법이다. 학교·기업 등 교육·연수현장에서 더러 이용되고 있는 방법들이지만 방 교장이 하는 모험상담은 국내 정서와 교육환경에 리모델링한 것이 특징이다. 방 교장이 출간한 ‘기적의 모험놀이’는 어른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법을 담은 지침서다. 왕따, 자살 등 방황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쁜 일정 틈틈이 집필했다.

중화고의 교장실에는 여느 교장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얼핏 보면 다소 무질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 벽에는 전교생들의 꿈이 담긴 알록달록한 메모지가 가득하고 교장실 여기저기에는 귀여운 인형들이 비치돼 교장실을 찾는 학생들을 반겨준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교장실에 드나들며 방 교장과 가벼운 이야기에서 마음속 고민까지 털어 놓는다. 사실 중화고는 방 교장이 부임했던 해에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많은 학교였다. 지각생과 장기 무단 결석생도 많아 수업을 마칠 때까지 등교하는 학생이 줄을 이었다. 지각생이 많은 날에는 170~200명이 될 정도로 소위 말하는 문제학교였다. 방 교장은 부임 이후 교사들이 제안한 300여개의 학교 개선안을 읽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방 교장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동물의 탈을 쓴 채 학교를 돌아다녔고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학생들은 팔씨름을 하거나 동전 맞추기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교장선생님과 마주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풀었다.

“교장이라고 무게 잡고 위에서 지시만 내린다면 교사와 학생들은 교장을 어려워하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장이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친근하게 느낀다면 아이들 스스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 놓습니다.” 이렇게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인 교장 선생님의 노력에 아이들이 달라지고 학교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학교폭력이 한 건도 없는 학교로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처음 공부에 집중할 시간에 다른 걸 한다며 걱정하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믿고 격려해준다. 방 교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중화고 학생들만을 위한 상담에 그치지 않고 휴일이면 항상 방 교장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노래와 상담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로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

“샌프란시스코 명물로 금문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리는 건축 당시 많은 인부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망을 설치했는데 그 이후로 사망자도 사라지고 작업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떨어지더라도 언제든 받쳐줄 수 있는 안전망이 존재한다는 믿음, 상담을 통해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꿈을 함께 찾아 주는 방 교장의 꿈 역시 아이들이 중심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향에서도 상담 콘서트를 갖고 싶네요. 또 앞으로도 재능 나눔을 통해 상담과 노래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모험상담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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