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烏棲山 정암사淨巖寺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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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烏棲山 정암사淨巖寺 종소리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4.07.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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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53>

 


마음을 한 곳에 모은다고 해서 고요함에 드는 건 아니지요 어느 하루 덜어내고 덜어내어 마음 텅텅 비우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허공과 같은 텅 빈 마음 텅 빈 하루를 맞게 되는 것이지요 오서산 깊은 골짜기 물은 여전히 소리하여 흐르는 것이고요 이 마을 저 마을 사이 흐릴 대로 흐려진 물을 소리 내어 숱하게 불러내고서야, 눈은 있는데 보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텅 빈 마음을 모으고 모으고서야 아우성처럼 오서산 정암사의 종소리 울려 퍼지는 것 아니겠어요? 오서산 물소리 소리하여 흐르고 흘러 속을 텅 비워놓은 정암사의 종, 그 소리가 울리고 울려옴에야 나를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마음이 아래위로 담산리 마을을 이루고 그 마을이 바로 하늘을 닮아 맑고 맑은 것이겠지요 텅 빈 하늘이어야 푸르른 까닭이기도 하고요

광천읍 담산리 오서산북쪽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정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의 말사이다. 이 정암사를 눈앞에 두고 살펴보면 다른 어느 사찰과는 다르게 종각(鐘閣)이 먼저 맞아준다. 종각 아래로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이 놓여 있으니 이 종각이야말로 일주문(一柱門)과 천왕문(天王門)의 구실을 하고 있다 하겠다. 누각 아래에는 비천상(飛天像)이 그려져 있다.
이 종각 밑으로 해서 경내에 들다보면 옹달샘 위에 놓여 있는 갖가지 동자상과 불상들이 먼저 맞는다. 부처님의 사리탑이 경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사리탑을 뒤로 하고 산 아래를 굽어보니 광천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문득 <사리탑 공덕비>에 새겨진 글을 눈여겨본다.

“정암사는 담욱(曇旭)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불기 2532년 충남 전통사찰 68호로 지정되었다.《여지도서》《신증동국여지승람》의 결성현「사찰조」와「산천조」에 소개되고 잇으며, 이이, 송시열, 권상하로 이어지는 기호성리학의 거두 남당 한원진의 학처(學處)이기도 하다. 오서산(烏棲山)의‘烏’는 삼족오를 뜻하며, 태양, 산악숭배를 했던 백제인들의 신앙처로서, 당나라 지리서《한원》의「백제전」에 계룡산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후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천제(天祭)를 올렸으며,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이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오성산(烏聖山)으로 불리며, 지역주민들의 안식처가 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정암사의 창건과 연혁을 전하는 자료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사중에서는 527년(백제 성왕5)의 창건설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직 1757(영조 33)~65년 사이 전국 각 군현에서 편찬한 313개의 읍지(邑誌)·영지·진지를 모은 전국 읍지인.『여지도서(輿地圖書)』「결성현(潔城縣)」조(條)에 수록된 단편적인 기록, 즉 ‘정암사는 오서산에 있다.’ 그리고 ‘오서산은 홍산으로부터 백월산으로 이어져 횡으로 둘러지면서 홍주, 결성, 보령 3읍의 경계를 이룬다’는 내용을 통해 18세기 중엽의 존재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18세기 후반에 편찬된『가람고』에도 ‘결성현의 동쪽 28리 지점에 정암사가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오서산의 정암사를 지칭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옛 금당지의 초선들은 한 변의 크기가 70-80cm인 방형의 자연 초석을 사용하였는데, 중간에 간혹 결실되기는 하였지만 정연하게 남아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옛 금당지는 정북향한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앞으로 옛 금당지로 알려진 터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정암사의 역사를 추정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리탑의 뒤로는 본전인 극락전(極樂殿)이 보인다.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정토를 축소시켜 묘사한 곳이어니,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법당이다. 또한 현존하는 당우로는 극락전 외에 산신각, 적묵당, 심검당, 범종루 등이 있으나 대부분 근래에 신축되었거나 증축한 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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