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홍성·예산 방문 취소에 엇갈린 주장들…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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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홍성·예산 방문 취소에 엇갈린 주장들…정답은?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8.04.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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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예산군 덕산면 소재의 수덕사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충남도청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 관련 보고를 듣고 전용헬기로 귀경하다 수덕사를 찾았다.
이날 수덕사 방문은 지난 18일 입적한 수덕사 방장 원담 스님의 조문을 위한 것으로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종교시설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충남도청 이전 예정지인 홍성을 찾으려 했으나 이 지역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이 강력 반발하자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충청남도 도청 이전 예정지인 홍성·예산은 이회창 선진당 총재의 출마지로 현역 국회의원인 홍문표 의원과 맞붙을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따라서 이날 이 대통령 홍성·예산지역 방문 취소에 대한행보에 각 당과 이전지 주민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선진당…昌 노린 노골적 대통령 행보 자제촉구
이 대통령의 홍성·예산지역 방문을 놓고 사전에 자유선진당 전원책 대변인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의 행보를 자제하라”며 “이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이 총재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데 대해 ‘관권선거’라는 우려가 팽배해 자칫 우려가 현실로 이어진 다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일 역시 대통령이 수덕사로 향할 시각 즈음에도 전 대변인은 “향후 청와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 의심할 수 있는 모든 행보를 자제하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지난 18일 이회창 총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선거운동 지역에 나타나는 것은 관권선거 조짐이 있는 것이고 선거법 위반 소지도 크다”며 “관권선거 망령이 되살아나는 징후가 보인다”고 비난한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예산방문은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를 위해 대전을 방문하고 귀경하던 중 지난 18일 입적한 원담 스님을 조문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홍성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헬기로 둘러봤다”고 해명했다.

◆洪, 이 대통령 홍성방문 무산은 지역주민에 대한 배신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홍성 방문이 무산된 것과 관련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방문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비판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향해 “지역의 경제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표에만 관심이 있다”며 비난을 했다.
또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홍성 향군회관에서 가진 농정공약발표회에서 주민들에게 홍성 방문을 약속했다”며 “이 총재는 공직선거법을 빌미로 삼아 오로지 대통령이 오면 표가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대통령에게 지역현안을 하소연하고자 했던 주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홍성을) 방문하면 이 총재와 함께 지역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의할 생각이었다”며 “이 총재는 아직도 대선기간인 줄 알고 이 대통령을 경쟁자로 보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총재는 낙천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이삭줍기’에만 혈안이 돼 장날에만 내려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의 방문까지 막는다면 어떻게 이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느냐”며 “지역민을 볼모로 노욕을 채우려는 발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의원 측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의 홍성 방문 취소를 규탄하는 도청이전 주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참석을 취소했다.

◆야권이 주장하는 대통령의 총선개입
4.9 총선을 앞둔 여야의 갈등전선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휘말려 들고 있다. 야권은 이 대통령이 총선 선거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고 청와대는 원론적인 발언과 통치행위를 정치공세에 악용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야권이 제시한 대통령의 선거개입 정황은 ▲장·차관 워크숍에서의 ‘정치안정론’ 발언(3월 16일),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때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경제적 위기를 과장하며 국민들에게 한나라당 지지를 요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춘천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의 ‘강원도 내각’ 발언(3월 14일).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 통일부 장관이 강원도 출신으로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는 주장은 총선을 지역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야권의 근거 없는 정치공세 중단 촉구
야당의 비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여권은 지난 18일 맞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의 발언과 지방순방을 총선을 의식한 정치개입이라고 하는 야당 비판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안정을 위해 정치안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지난 16일 워크숍 발언은 정치학 원론 첫머리에 나올만한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이 원자재 가격과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올라 서민생활에 주름살이 지고 있는 현실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염려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국가적 현안에 힘을 모으는 일이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지방 순방 역시 “대통령이 이회창 총재 출마 예정지인 충남 홍성을 방문하는 것은 한나라당 일부에서 도청이전 예정지인 홍성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도청이전지에 대해서는 상공에서 헬기로만 둘러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의 지방 순방을 총선을 의식한 정치개입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예산방문에 불참한 최승우 예산군수, 그 속뜻은?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수덕사 간담회 자리에 처음부터 이 지역 수장인 최승우 예산군수를 제외시킨 것이다. 그로 인해 최 군수는 수덕사 원담 스님의 조문을 이날 오전 따로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종건 홍성군수 및 이규용 홍성군의회 의장 및 의원, 예산군의회 의회 의장 및 부의장 등은 연락을 받고 수덕사를 방문해 이 대통령을 만났다.
최 예산군수는 지난 13일 이회창 총재와의 개인적 관계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측이 이 총재와의 관계와 자유선진당 입당 등 정치적 이유로 일부러 이 군수를 초청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군 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각각 “오늘 오전 휴대폰 문자로 대통령 방문한다며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와서 수덕사를 방문했다”며 “휴대폰 연락을 받았을 뿐 어떤 경로로 어떤 의미의 자리가 마련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성군 관계자는 “이종건 홍성군수의 경우 오늘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수덕사를 방문해 대통령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예산군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예산군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대통령 방문 시간에 초청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에 최승우 예산군수가 빠진 이유를 묻자 ‘비공식적인 당 차원의 행사’라 제외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공식 방문하는 일정이 어떻게 비공식적인 것이냐”며 “이는 예산 군수가 자유 선진당에 입당해 제외했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충남도당 관계자 역시 “청와대 측이 선거를 앞두고 예산 홍성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정치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예산군수를 빼고 연락을 취한 것은 명백힌 선거개입을 위한 정치적 방문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예산방문 취소에 분개한 주민들
지난 20일 방문하기로 했다가 일정이 취소된 홍성·예산지역의 도청이전지 주민들은 21일 충남도청이전 주민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충남도청이전 주민대책사무실에서 충남도청이전 주민의견청취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위해 수차에 걸쳐 주민 의견과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통령 후보 때부터 면담을 신청했다”며 “그 결과 대전·충남지역의 선거공약에 도청이전관련 지원으로 충남도청 (예산, 홍성) 이전에 필요한 재원 및 제도적 기반 조성을 내세우며 빠른 시일 안에 홍성·예산 지역을 방문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결과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께서 방문해 이 지역 최대의 현안사업인 충남도청이전과 관련된 애로사항 및 주민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며 “우리 군민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큰 기대를 가졌고 그에 따른 도청이전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추진 주민들의 애로사항과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고자 했으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취소되어 주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주민들의 요구 및 건의 등을 상실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느 누가 주민의 앞길을 막는지, 어떠한 이유로 막아야만 했는지에 대해 그 타당한 사유를 밝혀달라”며 “주민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앗아가 버린 이유를 분명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MBC·동아일보가 지난 19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9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홍성·예산지역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46.5%)가 한나라당 홍문표 후보(28.2%)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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