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기업화와 정치의 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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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기업화와 정치의 사유화
  • 손규성 <언론인·칼럼위원>
  • 승인 2015.05.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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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부패 스캔들’은 우리 정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민낯이다. 정치자금이 어디서 만들어져 어느 유통경로를 통해 어떤 목적을 위해 전달되고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경남기업이라는 법인 돈이 비자금화 돼 유력 정치인을 통해 대선과 당 대표경선 등의 자금으로 쓰인다. 제공된 자금은 빈사상태에 빠진 기업의 회생을 위해 특별한 효과를 발휘한다. 정치자금이 기획·조성·전달·투입·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면 기업의 경제활동 사이클과 아주 많이 닮았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정치자금의 순환과정을 잘 알고 있다. 애써 모른 체 하고 있다가 이번처럼 특별한 계기가 돼 드러나면 주고받은 사람 모두에게 도덕적 징벌을 가한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유체이탈적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비난하는 것이다. 정치를 포로노화하고 있는 이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포르노를 잘 알고 있고, 한 두 번은 모두가 보았지만 그에 대한 도덕적 비판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지역과 연고가 있는 두 사람이 ‘희생’됐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완구 총리는 정치적 사망에 가까운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이들의 몰락을 포르노화된 정치자금의 내면에서 보면, 아깝고 안타까운 희생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좁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와 정치자금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달라 충돌(?)은 예견됐다고 봐야한다. 한 사람은 정치를 기업화하려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정치를 권력추구용으로 사유화 했다. 정치행위의 과정은 어울릴 수 있었지만, 목표는 서로 달랐던 것이다.

성완종 회장은 정치와 기업경영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 기업인과 정치인을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를 하는 것이 기업운영이었고, 법인인 기업 돈은 경영에 필요한 자금보다는 권력자원을 네트워크 하는데 소요되는 윤활유쯤으로 여겼다. 힘 있는 권력과 공생하고 스스로 권력화 된다면 기업의 목표인 이윤획득이 더 크게 올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치를 사업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옹립해 대권을 잡아보자는 그의 구상도 이런 과정의 하나였고, 죽기 직전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를 향해 분노의 울분을 터트린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완구 총리는 홍성사람들이 잘 알 듯 권력지향적 목표추구형 정치인이다. 행정고시를 합격해 엘리트 관료과정에 입문한 뒤 고향을 찾는다. 다른 고시합격자와는 달리 홍성군청에서 수습 사무관을 지내고, 30세 초반에 홍성경찰서장을 자청한다. 고향지역 근무를 피하는 상피제도를 넘어 충남도 경찰국장도 역임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 주위의 환경과 조건을 자신의 목표에 맞게 하위개념적인 인프라로 활용하는 출중함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성 회장과 ‘거래’가 있었다면, 그것 또한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종속변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성 형, (대통령후보로) 나를 밀어야지 누굴 민단 말이요!”라고 성 회장에게 말했다는 서운함과 실망감의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비전과 정책을 함께할 정치적 연대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캔들이 터졌을 때 첫 언급으로 ‘그를 모른다’고 애써 외면한 것도 정치를 사유화 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사적 목적 추구에 방해되면 불필요한 것이 되고 장애가 될 뿐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정책과 비전을 통한 세의 결집이다. 세력의 확대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정치는 필연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구조다. 포르노처럼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쉬쉬하는 것이 정치자금이다. 포르노화된 정치자금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제도화된 틀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성완종 부패 스캔들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더 큰 이익을 위한 기업적 정치자금의 운용이나 개인적 목표추구적인 정치의 사유화도 사라질 것이다. 이번 사건의 아쉬움은 또 있다. 누구나 원하지만 드러내놓고 말 못했던,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부패스캔들에 얽혀 공론화는커녕 맹아마저 짓밟혀지지 않을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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