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어도 농산물가격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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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어도 농산물가격은 그대로
  • 맹다혜(곰이네농장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5.07.02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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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 가뭄은 정말 심했다. 어딜 가나 밭에 가면 먼지가 일고, 6월 중순쯤 되면 감자, 양파, 양배추, 당근 등으로 농산물을 어디 둘 데가 없었다던 홍성유기농도 수확이 늦어지고, 수확량이 반 토막 나며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그런데 늘 이런 상황이 되면 언론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이젠 정해진 시나리오 같아서 놀라지도 않지만, 감자가격이 폭등할 것 같다. 양파 가격이 춤을 춘다. 이러다가 결국은 ‘수입’하는 시나리오이다. 어디까지나 일반 농산물 얘기이긴 하지만 수입하면서 일반농산물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친환경 농산물 가격도 크게 오르지를 못한다. 여하튼 언제나 농산물 가격을 대하는 사람들의 잣대는 너무 잔인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상태가 지금 그런 가격이면 어떤 상황인지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막 위에서 짓누르는 격이다. ㎏당 100~200원 오른 거 가지고 호들갑 떨며 비싸다고 난리인데, 어떤 때는 그런 취급 받으며 농사를 굳이 짓고 계신 분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뭐 하러 저런 고생을 하나 싶고 그렇다.

나도 농사를 좀 짓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감자, 양파, 무, 배추, 당근, 고추 같은 기초농산물이라 하는 것들을 생산하는 일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고생에 비해 대가가 너무 적다. 그냥 적기만 한 게 아니라 불안하다. 내가 이 일을 하면 얼마가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 되어야 하는데, 언제나 계산은 빗나가고, 수확량이 적어지면 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시장 원리도 무시해버리는 게 농산물 가격 정책이다. 그런데도 농사를 지으시고, 그것도 유기농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을 뵈면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농사를 짓는 특별한 의미나 스스로의 자부심 없이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농촌이 왜 이러냐고 할 때마다 우리 농업인들도 문제라는 얘기를 너무 쉽게 하는데. 문제가 있고 죄가 있다면 농사를 짓는 게 죄(?)라는 생각도 든다. 날씨가 도와줘야 하는 일과 너무 가까운 게 죄, 일하다 힘들어서 기운이 없다보니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 죄, 그러다보니 맨날 치여서 쌓인 게 화라 성격이 더러워진 죄, 누가 뭐라고만 하면 정부 탓을 하는 의존적인 뇌구조가 된 것도 농부들의 잘못인가보다. 여하튼 농부들의 과격함이라든지, 대화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유기농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에게는 좀 늘 고마움을 가지고 대했으면 좋겠다. 돈도 안 되는 이런 일을 하는데 요새는 웬 병충해와 가뭄이 그렇게 심한지,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농약 없는 농산물을 먹게 해주는 농부에 대한 고마운 마음. 소비자님들, 농산물 유통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맘이라면 농사짓는데 어려울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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