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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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5.07.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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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lesse Oblige : 프랑스어. 귀족의 의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은 사회 고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며, 고위층이나 재산가로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noblesse)’ 만큼 ‘책임과 의무(oblige)’를 먼저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상류층 귀족학교인 이튼 칼리지 졸업생들이 참전하였고, 군복무 중에 여러 전투에서 약 2000여 명이 사망하였다. 또한 미국의 고위층 관료들의 아들들 142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그들 중 35명이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했다. 이러한 예가 바로 ‘noblesse oblige’의 훌륭한 희생적 실례(實例)다.

본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봉건 유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당시에는 노동자 계층은 자신 명의의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귀족들의 소유지를 경작해야만 했고, 귀족들은 노동력을 수혜 받는 대신에 하층계급에게 노동의 대가(代價)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외부의 피해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다. 더욱이 귀족 자신들의 생활보다 오히려 노동자 계급의 생활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귀족들은 하층계급을 위하여 온갖 풍요로운 생활조건을 제공하고, 봄철이나 추수기에 축제와 같은 잔치를 지속적으로 자주 베풀어 줌으로써 귀족과 노동자계급 간의 소통을 지속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귀족들이 노동자계급을 향한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당연한 것처럼 시행한 것이 중세 유럽의 문화발전과 문예부흥을 일궈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청문회 때마다 당사자나 아들들의 군 입대 면제와 병역기피 문제가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된다. 과연 이튼 칼리지(그래도 영국에서는 소위 귀족학교이며, 귀족계층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지금도 유명하다) 졸업생들이 군대를 면제받거나 입대를 피하지 못해서 2차 대전에 참전했을까? 과연 미국 고위층 자녀들이 그러하지 못해서 한국전쟁에 자원해서 참전했을까? 영국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남북 대치 상황도 아니고, 외적의 침략을 받지도 않는 아주 견고한 국방과 국민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소위 ‘갑’과 ‘을’의 문제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다. 꼭 짚어 군대와 관련된 문제만을 말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소위 권력층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부터 ‘부(富)’의 부류에 속하는 계층까지 ‘노블리스’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어디에나 숨어있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을 위한 ‘안심대출’을 수많은 억대 연봉자들이 받았단다. 무슨 연금인가 330억을 줄이기 위해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할 돈이 1660억이 넘는단다. 금연을 유도하여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린다던 담뱃값 인상이 아무런 효과도 없이 다시 원위치 되고 있다. 게다가 인상 후 불과 4개월 만에 그 인상한 담뱃갑으로 6300억 세금을 걷었단다. 4년도 아닌 4개월 만에. 그런 장사 어디 또 없나?

바로 엊그제는 제1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장에서 차마 웃기조차 힘든, 방송사의 표현대로라면 ‘블랙코미디’가 벌어졌다. 국민들을 대변한다는 분들께서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국회에서도 보여주지 않던 큰 웃음(?)으로 국민들을 한심하게 웃겨주셨다. 그분들 과연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무엇인지나 알고 정치일선에 뛰어들었는가 묻고 싶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소위 갓끈 끊어진 다음에는 무슨 일 하고 싶으실까? 담배장사 하실까?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정치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민주국가에는 제1야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상식으로라도 알고 있다. 그 제1야당이 자신들만의 회의장이 아닌 국회 안에서 정말로 국민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국민들을 웃게 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정치인이든,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든, 부디 머리와 가슴과 생각부터 채워진 그래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단어가 어려운 영어단어가 아니라, 항상 우리 생활 속에 누구든지 기꺼운 마음으로 내뱉어 말 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정치인이든 사회지도층이든 자신이 뱉은 말은 끝까지 신의로써 지킬 줄 알고, 가진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그런 마음과 행동이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국민의식이 제대로 된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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