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꿈 품고 철도를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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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꿈 품고 철도를 지키다!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5.07.2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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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광천 철도건널목 안내원 김만현 씨

“호적나이로는 만 30세가 안된 1982년도에 철도 일을 시작했죠.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다시 돌아와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광천 철도건널목을 지키는 안내원 김만현(62)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장항선에 철도건널목은 현재 4곳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2~3년 뒤에는 철도개량사업으로 이 곳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천 철도건널목을 지나는 기차는 하루 40여 대로, 김 씨는 이곳에서 4년째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충남을 빛낸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훌륭한 교육자셨습니다. 제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철이 없어서 매일 책에다 낙서만 하곤 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그 말씀의 뜻을 알 것 같아 가슴이 아련합니다”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 품이 답답해 공부를 게을리 했다.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아버지가 오시는 것이 멀리서 보이면 잽싸게 방에 들어가 공부하는 척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김 씨는 “소위 노는 아이들처럼 확실하게 논 것도 아니라서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씨는 철이 든 이후로 책을 자주 사서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사실 저는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있어서 그림 그리기나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죠”

광천 철도건널목을 지키는 김만현 안내원.

김 씨는 대천역에 근무할 당시 선로에 지장을 주는 버드나무 가지를 베게 됐는데, 그것을 가지고 작은 나무 조각품을 만들었다. 또 몸이 좋지 않아 휴직을 하던 중 산에 올랐다가 30년이 넘은 철쭉나무를 간벌해 깎아 오리 조각을 만들기도 했다. 또 김 씨는 가죽에 문양을 새기는 가죽 공예나, 서양화 등에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997년, 철도 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다 체하게 됐다. 당시 얼마나 심하게 체했던지, 위아래가 꽉 막혀 손을 따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도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고. 결국 김 씨는 병원에 갔지만 의사도 뾰족한 수 없이 기다려보자고 해 새벽 3~4시 경까지 횡설수설 하며 거의 혼수상태에 이르렀다. 괴로움을 참다못한 김 씨는 병원 앞 도로에 뛰쳐나가 차에 부딪혔지만 극적으로 살아났고, 화장실에 가 목을 매다가 걸리기도 했다. 이후 김 씨는 “뭔가 음식물이 들어가면 안에 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꺼내 먹었다”며 “그 모습을 보던 간호사가 너무 불쌍했는지 위세척을 하는데 음료수 한 방울과 눈물 한 방울이 밖으로 나와 똑 떨어지면서 살아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

이후로도 김 씨는 오토바이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면서 몸이 많이 약해졌지만, 삶에 대한 애착을 느낀 후로 더 열심히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근에는 화훼장식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약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안식구가 뇌종양 때문에 수술 날짜를 잡았었습니다. 수술을 얼마 앞둔 비번 날 아는 동생이 약초를 캐러 해미에 가자고 해서 제가 따라 갔었죠. 그런데 그 날 뒤쳐져서 걷다가 오가피 같은 풀이 보여서 자세히 봤더니 산삼이지 뭡니까!” 김 씨는 산삼을 가져와 뇌종양을 앓던 아내 이미숙(55) 씨에게 먹였다. 산삼은 하루를 굶고 먹어야 영양분이 다 흡수된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산삼을 먹은 아내 이 씨는 수술을 무사히 마쳐 지금은 건강히 생활하고 있다. 세상 어느 곳보다 비좁은 철도건널목 안내원 사무실에서 누구보다 큰 꿈을 꾸는 김 씨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무언가 할 일이 있어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과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 살까요? 아닐 겁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 매일을 귀하게 여기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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