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섬세함으로 남성에 도전한다-버스기사 신현희 씨

“성실하게, 진실하게, 궂은 일 가리지 않아요.”
버스기사 신현희(53) 씨는 50여 명의 통일고속관광 기사 중 유일한 여성기사다. 흔히 버스기사 등 대형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은 남성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여기사라고 해 짧은 머리에 남성적인 모습을 떠올렸지만 그녀는 정반대였다. 버스 문이 열리고 귀여운 양 갈래 머리의 주인공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논두렁 운전기사라고 소개했다.
“시골마을은 하루에 버스가 몇 번 안 다니잖아요. 그래서 통학 버스가 꼭 필요하지요. 버스를 운전하며 시골길을 누벼 저희들끼리는 논두렁 운전사라고 불러요.” 신 기사는 1남 1녀를 두고 있는 엄마다. 예산군 덕산면이 고향인 그녀는 10년 전부터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다 금마초등학교 학교차량 도우미를 했던 경험으로 직접 운수업에 뛰어든 것은 특유의 호기심과 자유로운 성격 덕분이다. 그녀는 평일에는 학교버스를 운행하고 주말에는 관광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평일 아침 등교시간과 하교시간 사이 시간이 많이 남을 때면 등산도 하고 마라톤 연습도 한다고 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어보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덕산중학교 여자축구부가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전라도 장흥으로 2박 3일간 운행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비록 우승하지 못해 경기 후 펑펑 울었지만 금세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할 아이들이라고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면 가능성이 열려요.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고 내 아이처럼 대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펄펄 솟아나죠.”
학교 배정을 받으면 한 달 안에 담당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외워 차량도우미 없이도 아이들을 엄마처럼 세심하게 챙기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고 한다. 주말 아침 일찍 어르신들을 모시고 관광을 가면 오후에는 무릎, 허리가 아파 주저앉는 어르신들을 위해 손수 휠체어를 꺼내 밀어주며 조금만 더 구경하시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노래방이든지 여행이든지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어르신들은 농한기 때 한번 씩 멀리 가는 데 다리가 아파 좋은 구경을 못 하면 섭섭하잖아요.”
그녀의 버스에 처음 타는 사람들은 여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한 어르신은 “젊은 사람이 좋은 기술을 배워서 부럽다”며 “나도 10년만 젊었으면 운전기사 하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간혹 여자기사라서 안 좋은 시선을 가졌던 사람도 그녀의 버스를 한 번 타면 단골이 된다고 한다. 버스가 출발 할 때나 코너를 돌 때도 부드럽게 운행을 하여 그녀의 차를 타면 멀미를 안 한다고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남들은 돈 내고 여행을 가는 데 저는 관광버스를 하며 전국을 누비니 늘 여행하는 기분이 들죠” 운전을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는 그녀는 10년 후 두 자녀와 함께 유럽일주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