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어둠을 걷고 밝은 곳으로”
상태바
“66년 어둠을 걷고 밝은 곳으로”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6.03.03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 당시 광천지역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시작
▲ 홍성문화연대 윤혜경 씨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를 추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광천읍 지역에서 군·경 등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유해 발굴이 시작됐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홍성대책위원회(이하 홍성대책위)’는 지난달 25일 광천읍 담산리 산 29번지 폐금광 앞에서 유해 발굴을 알리는 개토제를 갖고 본격적인 발굴에 나섰다.

유족과 인근 주민 등의 증언에 따르면 이른바 ‘꿀꿀이산 폐금광’으로 불리는 광천읍 담산리 폐금광에는 최소 37명 이상의 민간인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11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굴조사에서 유해 수십여 점을 발굴했다. 이날 개토제에는 홍성보도연맹유족회, 한국전쟁유족회, 4.9통일평화재단 등 시민사회단체 및 군의원, 군청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개토제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홍성문화연대의 진혼무를 시작으로 고유문 낭독, 제례,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과 관계자 등은 개토제를 마치고 “밝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66년의 어둠 걷어내고 밝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유해를 모두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박선주 단장(공동조사단 공동대표)이 이끄는 이번 유해 발굴은 지난달 26일 폐광입구가 예상보다 좁아 발굴이 지연되는 등 악재가 발생해 지난달 29일 자원봉사자를 투입하는 1차 발굴을 마무리하고, 오는 4일부터 전문가를 투입한 2차 발굴에 들어간다.

이번 발굴과 관련해 홍성군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발굴비용 중 일부인 1500만원을 예산 지원했으며, 2차 발굴비용 1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유가족 최홍이(74) 씨는 “50년이 지나서야 고모가 입을 열고 부친이 이곳에서 학살된 사실을 털어놓으셨다”며 “원망도 했지만 혹여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 속에만 묻어두셨던 것”이라고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어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준 군과 군의회 등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조사단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민간 유해 발굴 조사단으로 모금과 자원봉사자 등으로 유해 발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광천읍 담산리는 2014년 진주 명석면과 2015년 대전 골령골 유해 발굴에 이어 세 번째 진행되는 유해 발굴 사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