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폭행이 정말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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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폭행이 정말 싫어요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3.1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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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11>

09년 7월 4일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날, 땀을 식히며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달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인상이 무서운 아저씨 한분이 찾아와 물으셨다. “이 곳이 청로쉼터입니까?”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라고  물어보니,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는데 가출한지가 벌써 15일이 지났는데도 들어오기는커녕 찾지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철이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을 들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부모님과의 상담을 마치고, 난 바로 아이를 찾기 위해 읍내 주변일대를 뒤졌다. 다행이도 한 시간 만에 아이를 찾아서 쉼터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아이는 무더운 날씨에 노숙생활을 한 탓인지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었다. 냄새를 참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꾹 참고 상담을 시작했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8년 전 아버지와 재혼하신 어머니를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시면 아무 이유 없이 새엄마를 폭행하는 모습을 초등학교 때부터 쭉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를 아이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가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비록 가출해서 배고프고, 지저분한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했어도 집에서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한다.

아이의 말을 듣는 중에도 아버지는 화를 자제하지 못하고 욕설을 하시며 안절부절 못하신다. 난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아이가 정말 기특하면서도 딱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버지 혹시 지금까지 아들 한번이라도 안아본 적이 있나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멍한 표정으로 없다고 말하셨다. “15일 만에 만난 아들 한번만 안아보세요”하니 갑자기 눈물을 보이시면서 조용히 아들을 아버지의 품으로 안으셨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어머니에게도 말했다. “어머님은 8년 동안 아들을 몇 번 안아보셨나요?” 역시나 안아보신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 순간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앞에 가서 무릎을 꿇으며 두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서 “엄마 죄송해요, 그리고 미안해요”하며 울었다. 이 순간 아들의 흐르는 눈물에는 내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져 있으리라.

이 날,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를 바라는 한 가족을 뒤에서 지켜보면서 메말랐던 애틋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가족 외에도 가정폭력문제로 인해서 청소년문제까지 번져가는 경우는 수 없이 많으며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의 잘못보다는 어른들의 잘못이 그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것을 배우며, 밤늦은 시간에 이 글을 적어본다.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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