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무찌른 서련 판관•돌 역사 걷는 지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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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무찌른 서련 판관•돌 역사 걷는 지석마을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3.28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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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2>
농촌마을의 위기 극복한 희망스토리를 만나다 - 구항면 지정리 지석마을

지석마을 출신 서련 판관 ‘김녕사굴 전설’ 전해져
‘70세 친구모임’ 서로 아끼며 돕고 사는 지석마을
보개산 둘레길 돌아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 찾아와

▲ 서련 판관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련지.

◇마을의 전설 
“무시무시한 이무기에게 올해도 꽃다운 15세 처녀를 바쳐야 하는데 누구를 바친다요. 작년엔 주막집 딸내미를 재물로 바쳤는데 올해는 또 어떤 처자가 희생될지 딸가진 집들이 다들 떨고 있구만요. 이러다 마을 처녀들이 다 사라지는 게 아니요? 아 글쎄, 이무기에게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병이 나돌아 사람들 다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마을은 불바다가 된다 하지 않소.”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지석마을 출신 서련은 한라산의 큰 굴에 사는 이무기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못된 이무기를 내 반드시 처치하리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날이 돌아오고 서련은 희한한 꿈을 꿨다. 그의 꿈 속에 백발에 흰 옷을 입은 신령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신신당부를 했다. “이무기를 해치우거든 마을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라. 절대로 뒤를 돌아봐선 안된다.”

다음날 아침, 꿈에서 깨어난 서련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 마음먹고 용맹하게 이무기굴로 향했다.이무기를 부르는 풍악을 울리자 굴밖으로 거대한 이무기가 스멀스멀 모습을 나타냈다. 서련이 굴 옆에숨어 있다가 잽사게 이무기의 목을 자르자 하늘로 핏방울이 솟구치더니 모두 새끼 이무기로 변했다. 새끼들까지 모두 잡아 불태우고 마을로 돌아가던 서련은 등 뒤에서 무언가 따라오는 섬뜩한 느낌을 받고 신령의 당부를 잊은 채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갑자기 숨이 턱 막히더니 온 몸에 힘이 빠진 서련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이무기가 사라지자 제주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제주사람들은 고향으로 향하는 운구행렬을 울면서 쫓아왔다. 구항 지석마을에 도착해 관 뚜껑을 여니 관 안에서 새끼 이무기 3마리가 나왔다. 지석마을 사람들은 서련을 양지 바른 곳에 묻고 그 앞에 연못을 만들어 새끼 이무기를 살려두었다. ‘김녕사굴 전설’로 유명한이 이야기는 제주도와 지석마을에 내려져 오고 있다.

▲ 황토가 깔린 보개산 둘레길.

◇마을의 지형
지석마을은 보개산 자락 서쪽에 자리한 마을로 마을에 돌이 많아 지석마을이라고 한다. 마을에는 조경에 쓰이는 보기 좋은 돌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또 다른 마을지명 유래로는 고인돌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보개산은 걷기 좋은 둘레길인 솔바람길이 조성돼 있다. 솔바람길은 황곡리에서 시작해 마온리, 청광리, 지정리, 내현리로 이어진 길이다. 황토를 깔아놓은 보개산 둘레길은 차가 다닐 정도로 넓어 걷기 좋다. 주말에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과 외지에서도 많이 찾아와 둘레길을 걷는다. 지석마을은 보개산 둘레길이 가장 많이 조성돼 있는 마을로 볼거리와 이야기가 넘치는 마을이다.

▲ 천년고찰 구절암의 마애불.

보개산 남쪽 정상 부근에는 백제시대 창건된 천년 사찰 구절암이 있다. 구절암 경내에는 높이 3.15m의 마애불이 음각되어 있다. 지석마을에서 구항면소재지로 이어지는 홍성군농어촌도로 101호선 주변에 벚꽃길이 조성돼 봄철 드라이브코스로도 좋다. 요즘은 시골도 집집마다 정수기를 설치하는데 지석마을은 보개산 자락에서 내려온 물을 지하수로 마신다. 서평모 이장은 “우리 마을 물이 좋아서 외지에서도 물을 뜨러 일부러 찾아오기도 합니다. 곧 있으면 지석마을에도 상수도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지하수는 꼭 살릴 거에요”라며 지석마을 물에 애정을 보였다.

▲ 보개산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마을의 역사
지석마을은 연산서씨의 집성촌이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마을의 90%가 연산서씨 였다. 지금은 마을의 60%정도가 연산서씨이다. 1400년경 연산서씨의 선조인 서보가 보개산자락 아래에 와서 은거했다. 보개산의 이름도 서보와 관련이 있다. 보개산은 보물이 뒤덮여있다는 의미인데 보물은 훌륭한 인물을 뜻한다. 여기서 인물은 서보를 뜻한다고 전해진다. 지석마을은 덕은동이라는 이름이 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세워지자 서보는 ‘충신은 불사이군’을 신조로 낙향해 이곳에 은거했다고 한다.

▲ 지석마을의 연산 서씨 석보.

덕은동 입구에는 돌에 새긴 족보인 석보가 있다. 석보는 암벽을 뚫고 그 속에 보존돼 있었으나 현재는 분실의 위험이 있어 종중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 석보는 가로 36cm, 세로 25cm, 두께 3cm의 사각 입체 오석이다. 이 석보는 1853년도에 제작되었으며 1996년 개봉하였고 1997년 충남도로부터 제354호 문화재자료로 지정받았다. 서평모 이장에 따르면 TV 프로그램인 ‘진품명품’에서도 찾아가는 진품명품으로 마을에 제작진이 찾아 온적이 있었다. 제작진은 석보는 유래가 없다며 본 방송에서 감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래가 없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 없었다는 뒷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 서씨 산당 영모재.

◇70세 친구 모임
오후 3시가 되자 마을 회관에 구수한 고구마 냄새가 풍겼다. 남자 어르신들은 테이블이 있는 방에서, 여자 어르신들은 큰 방과 거실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맛있게 먹었다. 기자는 ‘70세 친구 모임’ 사이에 끼여 고구마를 먹었다. 올해 70세이신 여자 어르신들이 마을에 5분이 있다. 지석마을 토박이도 있고 귀농한 사람도 있는데 서로를 무척 아끼는 듯이 보였다. 귀농인 김경재 씨는 “남편 친구 고향이 여기라서 내려오게 됐어요. 지석마을에 와서 보니 어르신들도 너무 좋고 마을이 화목해서 좋아요. 서울에서는 장사를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시골에 살고 싶더라구요. 정말 잘 왔어요”라고 말했다. 지석마을 토박이 서복자 씨는 “마을에 동갑내기가 모두 5명이에요. 친구가 많아서 좋지요. 서로 위해 주고 도와가면서 살고 있어요.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 지석마을의 오후 3시 풍경.

◇이장의 마을 소개
지석 마을은 45가구 95명이 살고 있는 물 좋고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예로부터 연산서씨가 뿌리를 내리고 살았는데 지금은 마을에 귀농하는 인구도 많아 서로 화합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은 보개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든든하고 또 경치가 뛰어납니다.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은 지 15년 정도 됐는데 봄에 벚꽃 필 때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는 올해 이장 임기가 끝나는데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희망마을을 다시 부활시켰으면 합니다. 보개산 자락에 서 씨 문중의 편백나무가 멋지게 자라고 있는데 이 곳에 휴향림을 만들어서 펜션 등의 소득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보개산 둘레길은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로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둘레길 말고도 서련 판관의 전설이 내려오는 련지, 석보, 영모재, 천년고찰 구절암, 말바위, 베틀바위, 수백년 된 마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등 마을에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니 둘레길 걸으면서 재미있는 마을 이야기도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 서평모 이장과 마을 어르신들이 달력 뒷면에 지형을 그리며 마을 설명을 하고 있다.
▲ 부녀회원들이 방에서 윷놀이를 하고 있다.
▲ 활짝 핀 벚꽃이 아름다운 지석마을 도로.
▲ 지석마을회관.

글=장나현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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