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호소하는 아빠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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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호소하는 아빠의 사연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3.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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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13 >

어느 날 “가출한 중학교 2학년 제 딸 좀 찾아주세요”라며 걱정근심의 눈으로 나를 찾아온 부부의 사연이다. 이 부부는 연애할 때 우연한 기회로 미혼모시설에 봉사활동을 갔었다고 한다. 미혼모시설에서 유난히도 예쁘고 귀여운 두 살 여자아이를 보고는 입양하기로 결심했다가 망설이기를 여러 번, 고심 끝에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양측 가족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부부는 잘 키우겠다는 신념 하나로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어느 가정 부럽지 않게 잘 키우고 잘 클 수 있도록 남들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으로 키워왔다. 문제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부터 친구를 잘 못 사귀어 집에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어느 날 부턴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가출을 일삼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이틀 후에는 집에 들어오겠지’ 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어느 날, 딸 친구로부터 근황을 들었다.

21살 오빠와 함께 가출했다는 말을 듣고 부부는 집안일을 손 놓고 일주일 동안 방방곳곳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는 부부에게 어느 학생이 “어머님, 홍성의 철이 삼촌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하세요”라며 전화번호를 줬다고 한다.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시간이 있으시냐고 하니 한 시간정도 시간이 있다고 하신다. 만나자고 한 장소가 청로쉼터라는 팻말이 적혀있는 허름한 옛날 집이었다. “제 딸이 일주일 가출했는데 찾을 길이 없어요. 도와주세요”라며 애원하신다.

사연인즉, 일주일 전 21살인 어떤 오빠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는 것을 봤다는 소문뿐이다. 부모님의 설명을 듣고는 대천에 있는 22살 아이들한테 연락해서 홍성에서 가출한 아이를 찾아야 하니 빨리 모여서 이야기 좀 하자하고는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대천으로 갔다. 대천에 도착과 동시 아이들에게 빨리 찾아오라는 지시를 하고는 30분 동안 대화라고 있는데 한 남학생이 오토바이 뒷자석에 여학생을 태워왔다. 이 부모가 일주일 동안 밤낮 없이 찾던 그 여학생이었다.

우리는 남학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출한 아이를 부모님 집으로 귀가시켰다. 그런데 가출한지 일주일 밖에 안됐지만 음주, 흡연, 외박 등으로 부모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이 아이. 결국 부모님은 눈물과 함께 아이를 쉼터에 입소하기로 결정했다. 쉼터생활 동안 한참은 모범생으로 잘 하고 있어서 부모님 동의하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집에 돌아가 또다시 같은 문제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또 사고를 쳐서 산부인과에 가야하는데 부모님께서 오셔서 그 동안 이 아이를 입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키우면서 마음 아팠던 시간들을 말씀하시면서 우신다. 주위 분들께서 혹시 입양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겠다고 하시면서 되돌아가시는 뒷모습에 “그래도 딸이잖아요. 이 아이로 인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잊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기다려보세요”라는 한마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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