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린 20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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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린 20세 청년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4.0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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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14>

2012년 11월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한 기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내용인즉 복지시설에 20세 남자아이가 있는데 가출과 절도를 일삼아 시설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조차 없다고 한다. 이 아이를 삼촌이 좀 돌봐달라고 하는 말이다. 확실한 대화 없이 며칠 후 그곳 복지시설 소장님과 기자분 그리고 체중이 140kg 정도의 아이가 우리 쉼터에 찾아왔다.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상담 후에 “우리랑 함께 잘 지낼 수 있니”라고 물어보니 잘 지낼 수 있다고 해 나는 바로 쉼터에 입소시키고 수녀님과 기자분은 돌아가셨다.

이 아이와 하룻밤 함께 잠을 자면서 전쟁은 시작됐다. 장기간 노숙생활과 140kg 체중에서 내뿜는 숨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목욕탕으로 데리고 갔다. 목욕을 하게하고 다시 쉼터에서 만났다. 이 아이의 문제는 첫째, 노숙생활습관성. 둘째, 140kg 비만. 셋째, 학교에 보내야한다는 숙제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와중에 고등학교에 보내달라고 하며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교복이 문제다. 교복집에서 맞췄는데도 일주일에 한번 씩은 고쳐 입어야 한다. 그리고 수면을 취할 때마다 코고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특히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아이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수업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이런 ◯◯도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학교생활과 쉼터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어 방과 후에 체중감량을 위해서 운동을 시키면 힘이 들어 눈물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우리 ◯◯에게도 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나는 아무론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사실 아버지가 6살 때 아이를 복지시설에 보내놓고 한 번도 찾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버지가 ◯◯의 연락처를 알고는 쉼터에 찾아왔다. 대화 중 가족의 아픈 사연을 다 듣고는 ◯◯를 아빠에게 보내기로 하고 며칠이 지난 2013년 7월 29일 쉼터를 퇴소하게 됐다. 이런 ◯◯ 2013년 12월 저 세상으로 가버린다. 이유인즉 과체중으로 인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의 장래도 나는 보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 ◯◯와의 만남은 가출과 죽음이라는 관계 속에서 나와의 인연이었다. 고인이 된 착하고 순한 우리 ◯◯. 하늘나라에서 부족한 철이 삼촌 지며주고 있을 거라 난 믿는다.  좀 더 사랑하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용서해줘. <2014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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