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아주머니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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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아주머니의 소원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4.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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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12>

04년 7월 어느 날 홍성의료원 재무계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의료원에 잠시 찾아와 달라는 부탁이셨다. 나는 또 무슨 일인가 하고 병원에 찾아가보니 갈 곳 없는 아주머니가 계시는데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신다. 성명은 ◯◯◯ 아주머님. 나이는 56세이신데 가족이 없다고 하신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여쭤보니 아주머니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가족이 없다고 하신다.

이유인즉 아주머니께서는 청주에서 일찍 결혼을 하셨는데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결혼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셨다고 하신다. 남편에게서는 아무것도 못 받고 맨몸으로 쫓겨나 청주에서 하는 일 없이 생활을 하다가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모여 사는 곳을 다니면서 잔심부름을 해주며 식사를 얻어먹고 하루에 몇 만원씩 주는 돈으로 오랜 시간 생활해오면서 2000만원이라는 돈을 모았는데 이 돈마저 노름하는 분에게 빌려줘 사기를 당했다고 하신다.

이후 우리지역에 있는 모다방에서 또 몇 년을 고생해 1500만원을 모아서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아주머니와 나이가 비슷하신 남자분이 아주머니가 일하시는 곳에 자주 놀러 오셔서 커피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시고 가는 분과 정이 들어 재혼을 하게 됐다고 하신다. 재혼 후 광천에서 5년 정도 살다가 어느 날부터 아주머님께서는 눈앞이 잘 안보이고 걸음조차 걸을 수 없게 되자 아저씨께서는 치료를 해주신다고 하시곤 공주에 있는 모기도원에 보내셨다고 한다. 그러고는 아저씨는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혼 절차를 밟았다. 아저씨께서 몸이 불편한 아주머님을 감당하지 못하고 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주머니는 법적으로 가족이 없는 관계가 돼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나는 즉시 내 앞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기초생활보호대상을 정부로부터 받게 한 후 보증인이 돼 아주머니는 무사히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상황은 따로 있었다. 다리 수술은 물리치료를 받으며 재활을 열심히 하면 되지만 당뇨로 인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주머님을 모시고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큰 병원으로 가봤지만 아주머니의 눈은 고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가족 없이 고생하신 아주머니께 나는 자원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해 보살펴드렸다. 다른분들도 이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나는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이런 나의 작은 도움에 아주머니는 어떻게 느꼈는지 나만 보면 항상 눈물을 흘리신다.

어느 날 아주머니는 소원이 있다며 꼭 들어 달라 하신다. 자신이 모아둔 아주 적은 돈으로 내 보약을 해주고 싶다는 소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남들보다 건강한 편이기에 보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노숙자 아주머니의 소원을 마음으로만 받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봉사자로서 그 따뜻한 마음에서 힘을 얻고 보람을 느끼며 산다.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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