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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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
  • 한지윤
  • 승인 2016.04.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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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2016년 봄, 또 하나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홍주신문이 지역신문으로는 드물게 청소년들이나 젊은 청춘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연재하는 일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이 어느덧 세 번째의 소설을 만들게 한다. 청춘들의 낭만과 꿈 그리고 풋풋한 사랑이 잠을 못 이루게 하고 아름다운 젊음의 방황이 순수와 진실 앞에서 하얀 웃음으로 변할 때 우린 진한 감동을 느낀다. 우리들의 젊음과 순수한 사랑은 행복으로 가는 첫새벽의 열차이고, 사랑으로 충만한 순결한 마음은 가을저녁 무렵 붉게 물든 노을빛보다 더 찬란한 사랑의 빛이다. 젊음은 사랑이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한다. 젊음과 낭만이 식을 줄 모르는 청춘들의 사랑앓이, 젊은 날의 고뇌와 방황, 우정, 그리고 입시경쟁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그들의 자화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새 소설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를 시작하며


봄이 와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듯 하더니 어느덧 초여름의 시원한 밤이었다. 소영은 대학의 기숙사에 있는 연숙이 한테 심리학 노트를 빌리러 집을 나섰다. 단순히 노트를 빌리는 것뿐이라면 밤이 아닌 다음날에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구실을 붙여 마음에 맞는 기숙사 친구와 신바람 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었다.
소영이는 대학설립자의 동상 앞을 지나 ‘연인들의 오솔길’이라고 부르는 길로 접어들어 숲속으로 들어섰다. ‘연인들의 오솔길’이라고 해서 도심지공원의 애로틱한 정경이 그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학생들끼리 연인들에 대해 은밀히 또는 깔깔거리고 웃어대며 이야기를 하는 이곳을 언제인지부터는 몰라도 졸업한 선배들이 그렇게 과장해서 명명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학생들 150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의 불빛이 저만치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기숙사 건물은 전체가 날아 오래된 구식호텔 같은 느낌마저 풍기는 건물양식이었지만, 초여름 밤의 산뜻한 공기 속에서 어느 때 보다도 친근감 있게 보였다.
소영이는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불빛을 바라보며 연숙이가 지금 자기 방에서 궁상맞게 앉아 있을 것인지, 아니면 현관 당번을 하는 날일 것인지를 잠시 생각했다. 연숙이는 밤 10시 이후에는 각자 자기 방에서 머물러 있어야 하는 기숙사 규칙을 무시하고 기숙사 건물의 외진 곳에 있는 비상계단의 맨 아래 입구에서 군살을 뺀답시고 몰래 줄넘기를 하다가 4학년 자치위원에게 발각되어 소음공해 죄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난, 징계 받는 것 따위는 무섭지 않다, 얘.”
연숙이는 고향 사투리가 나오는 그대로 그 사건을 말했었다.
“워째서?”
“기숙사 입사생들은 의무적으로 순번제로 돌아가며 현관사무실 당직을 하잖아? 당직 날이 난 오히려 즐거워. 기숙사에 걸려오는 별의별 남자들의 전화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면회가 될 수 없는 시간에 기숙사에 찾아와 이 세상 고뇌라든가, 실연의 고통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주눅이 들어 딱 일분만 만나게 해 주십사하며 다 죽어가는 시늉을 하는 남자 녀석들 곯려주기가 재미있는 걸, 얼마나 좋니? 기숙사의 생태를 한 눈에 볼 수 있잖아. 벌칙으로 그까짓 3일간 연속으로 현관 당직을 해도 괜찮아. 딴 애들은 현관 당직이 따분하고 지긋지긋하다고 싫어 하지만 말야. 난 느긋하게 소설책도 읽어가며 기숙사생들의 동태를 체크해 보는 것도 우리 또래의 대학생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연숙이는 지방 부농(富農)의 딸이었다. 그녀는 이웃마을 국회의원의 아들에게 시집가라고 아버지가 강요하는 바람에 이에 반발하여 집을 뛰쳐나와 고학하다시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독립심이 강한 친구였다. 소영이는 어쩐지 그 어기찬 성격 때문에 연숙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옷치장이나 화장을 덕지덕지 별나게 하며 몸매만 늘씬하고, 성격은 꽁하니 따분한 친구들과는 영판 다른 친구였다.
소영이는 밤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 울창한 나무사이로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별빛이 간간이 반짝였다. 소영이는 나직이 콧노래를 부르며 ‘연인들의 오솔길’을 절반쯤 걸어갔을 때 별안간 숲속에서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가느다란 외침소리에 소영이는 민첩하게 걸음을 멈추었다.
소영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았을 때 도망치는 여자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순간 뻔쩍 눈에 띄었다.
여자는 달려가면서 또 한 번 묘한 소리를 질렀는데 어딘가 귀에 익은 듯한 목소리였다.
소영이는 순간 순발력 있게 몸을 날려 뒤를 쫒았다. 그녀는 여고시절 중거리 육상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몸이 매우 빠르고 날렵했다. 여자는 나무 사이를 지그재그로 도망치다 이윽고 사나이에게 붙잡혔고 그 사나이는 징그럽게도 여자를 겁탈하려고 덤벼드는 것이었다.
소영이는 은행나무 기둥에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폈다.
<계속>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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