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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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
  • 한지윤
  • 승인 2016.04.2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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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향기 좋은 꽃내음인데! 으음……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는 저 꽃이름이 뭐더라?” 사나이는 소영이에게 물었다.
“팥꽃이죠.(중국이 원산지인 향기가 짙은 관상목)그런데 이 차안에서도 아주 좋은 냄새가 풍기는걸요. 파이프 담배의……”
 사나이는 혼자 재미있다는 듯 킬킬 웃었다.
“아가씨 이름은 뭐죠?”
여자 같은 말씨로 그가 변성해서 새삼스럽게 물어 왔다.
“김소영이에요. 댁은?”
“어떤 이름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클라크 케이블.”
“그렇게 보입니까? 좋죠 케이블이라고 불러도 좋죠”
 벤츠는 미끌어지듯 자동차들로 북적거리는 국도로 빠져들어갔다.
 클라크 케이블이라고 아무래도 괜한 말을 꺼내 이 고약한 사내녀석을 너무 추켜 올려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자, 소영이는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나이는 30쯤 되었을까. 이윽고 사나이는 값비싼 양복을 입은 손을 뻗어 소영이의 어깨를 그 커다란 손바닥으로 안으려고 했다.
“대학에 다니는 거야?”
“네"
“몇 학년인데?”
“2학년”
소영이는 대답을 하고 나서
“한 손으로 운전을 해도 괜찮아요?”
라고 주위를 주었다.
“염려없어. 그건 그렇고, 정말 어딘가로 안 가겠어?”
그는 어느 새 반말투로 나오고 있었다.
“안 돼요. 엄마와 아빠가 벌써 먼저 가 계신 걸요.”
소영이는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고 계시죠?”
“무역을 하고 있지”
“좋은 차군요.”
“시속 160킬로 쯤은 거뜬해”
“설마……”
“한 번 스피드를 내 볼까?”
“정말!”
 소영이의 마음에는 모험심이 솟아났다. 자동차의 왕래가 다소 뜸한 곳으로 가서 정말 160킬로의 속도를 내게 해 이 사나이의 콧등을 납작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차는 자연농원에 가까왔고, 자동차들도 번잡해 소영이는 그 계획을 포기했다.
 소영이는 그에게 나이트클럽의 위치를 가리켜 주었다. 클럽은 나지막한 동산을 끼고 있는 언덕 위에 출렁이고 있었다. 틀립과 히야신스가 네온 불빛을 받아 마치 케익의 크림처럼 우아하게 심어져 있는 현관 앞에 차를 세우자 케이블은 잠시 소영이의 눈을 쳐다 보았다.
“아, 등 뒤의 지퍼가 풀려 있는데 채워 줘도 될까?”
집에서 너무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그만 또 실수 투성이가 됐구나. 일진이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소영이는 마음 속으로 투덜대며 생각했다.
“그럼, 부탁할까요?”
하고 등을 약간 돌려댔다.
그러나 케이블은 곧바로 지퍼를 올려 주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시간을 끌며 그녀의 연록색의 지퍼를 채우며 소영이가 미처 문을 열고 나올 사이도 없이 희디 흰 그녀의 목덜미에 부드럽게 키스를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햇볕에 그을린 묘한 살결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소영이의 코를 찔러 왔다.
“아직 아가씨를 체념하진 않았어.”
사나이가 속삭였다.
“생일파티가 끝나면 다시 만나!”
차 뒤에서 다른 차가 빨리 비켜달라는 듯, 경적을 울려 댔다. 그래도 사나이는 태연했다. 그는 저항하는 소영이를 껴안으며 옷에 루우즈가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또 한 번 키스를 하고는
“그럼 나중에 만나, 소영이.”
하고 말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럽의 입구로 들어가는 소영이의 등 뒤에서 사나이가 유쾌한 듯이 웃어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소영이는 김빠진 듯한 기분으로 파티석상에 도착했다. 평소 생면부지의 알지 못하는 남자와 친구가 될 때에는 반드시 그녀가 상대를 선택해서 주도권을 잡았는데 오늘은 철저하게 그녀가 오히려 낚시질을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소영이는 기분을 전환하여 자리를 같이 한 또래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늘의 주인공인 남자와 춤을 함께 추면서 주위를 둘러 보다가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케이블이라는 사내가 어느 사이엔가 클럽에 들어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영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 사내가 오라는 손짓을 되풀이해 보내 왔다.
소영이는 모르는 척 하는 표정으로 춤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춤을 추고있는 상대 파트너의 가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소영이는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 리포트를 재출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만 일찍 돌아가겠어요.”
돌아가려는 마음이 들어 버리면 그 누구도 소영이를 말리지 못한다. 모두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굳이 그녀를 만류하지도 않았다.
소영이는 시치미를 딱 떼고 테이블 통로를 비집고 지나쳐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줄달음질 치기 시작했다. 잽싸게 택시를 잡아타고 그 사내를 곯려 줄 속셈이었다. 그러나 소영이가 현관 밖으로 나와 번화가 길로 나오기도 전에 어느 새 벤츠는 그녀의 뒤를 쫓아왔다.
<계속>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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