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의 전화로 한 아들을 만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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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의 전화로 한 아들을 만난 이야기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6.2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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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21>

중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학교에 갔다.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처음 뵙게 되었다.
저희 반 한 아이가 2주일 전부터 학교에 잘 나오지 않고 부모님이 갑자기 지역에 계시지 않는 것 같아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가정방문을 해보니 부모님 이혼 후 아버지는 서울에 계신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어머님께서 아이를 키우시겠다고 약속한 후 아이와 함께 생활하시다가 갑자기 어머님이 가출을 해버렸다고 집주인과 주민 분들이 말씀 하신다.
집세도 몇 달째 안내고 아이는 2주일째 혼자서 학교에도 안가고 밥도 많이 굶고 있다는 주위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참 나쁜 엄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아이와 대화를 하는데 이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인데 목소리는 중성에 가깝고 또한 말수가 적으며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 매우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 아이를 하루빨리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상담 다음날 쉼터로 데리고 왔다.
처음에는 내성적이고 경계심 있는 아이에게 급하게 접근할 수 없어 조심조심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밤낮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갈수록 단체생활에 적극 가담하면서 웃음이 없던 아이가 조금씩 생기를 띄고 즐거워하며 쉼터 가족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 아이를 보면서 시간에 대한 소중함과 사람이 사람에게 보여주는 관심의 힘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주는 참인성이라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가장 큰 변화를 느꼈던 적은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큰 행사장에서 아이가 춤을 출 때다.
저 큰 무대에서 노래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저 아이가 1년 전에 그 아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내 눈과 귀가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의심을 할 만큼 변해가고 있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사랑의 힘, 관심의 힘, 서로에 대한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나도 한번 느꼈다.
이런 우리 아이가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학교장님의 초정으로 입학식에 참석을 했었다.
내빈자리에 앉아서 우리 아이를 보는 순간 마음 한 곳에서부터 눈물과 아픔이 함께 나를 아프게 한다. 학교가 쉼터에서 먼 곳에 있는데도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웃는 얼굴로 미소 띠며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쉼터 문을 나서는 우리 아이에게도 신이 계신다면 신의 축복 속에서 잘 자라주길 오늘도 두 손 모아 빕니다.

<2011년 5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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