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아저씨의 마지막 죽음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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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아저씨의 마지막 죽음을 보면서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6.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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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인이 돼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는 하늘나라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실 노숙자 아저씨를 회상하면서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고자 잠시 펜을 잡아본다. 노숙자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라고, 성인인 된 후는 막노동일과 술, 담배, 여자와 함께 지금 이 시간까지 살아오셨다는 사람이다. 돌아가시기 5개월 전,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병원이야기를 하실 때 지독한 자존심 덕에 아프다는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하루하루 내 눈치만 보시다가 언젠가 부탁하셨다.

“이 회장, 내가 이 회장께 마지막 부탁을 청해야겠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사람이 생전처음 부탁하는 것을 보고 사람은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이 회장, 67년 동안 부모 없이 고아로 자라서 지금껏 사람다운 사랑 한번 못 받아봤는데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이 회장한테 사랑을 받고 있네. 고맙네.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마무리 잘 해주겠나?” 하시며 흐느끼신다.

이분의 마지막 부탁을 듣고는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등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건강이 회복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2007년 11월 21일 새벽, 나는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아저씨의 마지막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 꿈자리가 좋지 않아 6시에 일어나 아저씨가 주무시는 방의 문을 열어보니 방안에는 온통 변 냄새로 코를 찌른다. 상태가 심각했던 것보다 심각해 보였다.

“형님 오늘 나와 병원에 갑시다. 형님 이렇게 방치하면 내가 죄를 짓는 것 같소.”라고 하니 “이 회장 미안해 근데 나는 이 회장 곁에서 죽고 싶네.”라는 말을 하신다. 그 말을 남긴 후 몇 시간 뒤 10시 30분에 아저씨의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결국 돌아가셨다고. 나는 하루 만에 장례식을 치러드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날로 돌아가 회상 해본다. 돌아가신 형님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고 고인이 되신 노숙자 아저씨. 다시 한 번 고인의 영정 앞에서 두 손 모아본다. 봉사, 사랑, 눈물, 이별, 아픔 등을 생각하면서 …

<2007년 11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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