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여중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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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여중 아이
  •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
  • 승인 2016.07.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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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23>

밤늦은 시간에 한통에 전화가 왔다.
“삼촌 죽고 싶어요.” 여자아이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깜짝 놀라 어디냐고 물어보니 소방서 앞에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있어서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얼른 대충 옷을 갈아입고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울고 있었고 나를 알아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저기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해 보자.”
아이가 안심하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물어보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주일 전 고등학교 2학년의 오빠가 사귀자고 해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사귀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귀는 일주일동안 성관계를 두 차례 했고 며칠 뒤에는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이 일이 있는 후로 친구들이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다르게 이상했고 고등학생 중에서는 속히 말하는 일진들조차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고 언어폭력을 가하고 훈계가지 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아무런 연유도 모르던 찰나에 친한 친구가 얘기해 줬다고 한다.
“너 그 오빠랑 잤다면서? 소문 다 났어.”
아이는 깜짝 놀란 나머지 나름대로 확인을 해 보니 사귀었던 오빠가 몇 차례 잠자리를 한 후에 소문을 내버린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고 며칠째 울면서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서 내게 전화를 해 준 것이었다.
난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밤늦은 위험한 시간에 죽고 싶다는 말을 뱉게 만든 그 남자아이를 찾아 용서를 구하게 하고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아이에게는 그러한 약속을 받아내고는 쉼터에 입소시켜 심리적 안정을 취헐 때까지 돌봐 준 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요즘에도 이 아이의 근황을 전화로 나마 확인하며 지내지만 여전히 걱정이 된다.
난 이 글을 쓰면서 청소년들의 성교육 및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2005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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