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역사인물축제… ‘운영부실·정체성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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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역사인물축제… ‘운영부실·정체성 모호’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6.09.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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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행사 체험비용 턱없이 비싸 ‘불만’
운영부실로 축제장 혼란 ‘이용객 불편’
역사인물 정체성 상실 우려, 개선 필요

홍성을 대표하는 6인의 역사인물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홍주읍성 일원에서 ‘꿈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홍성역사인물축제가 막을 내렸다.<사진> 군비 4억 8000만원, 도비 6000만원 등 총 5억 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축제는 생생한 역사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역사현장 퍼포먼스와 각 역사인물들의 꿈을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

이와 함께 주제공연 프로그램을 강화해 개막 주제 공연으로 퓨전극 ‘역사인물 오딧세이’를 선보이고 만해 선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심우’와 악극 등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한,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시대교감 ‘한성준·장사익’ 꿈의 공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홍성한우를 비롯한 지역 농특산품을 특별 판매하는 등 명실상부한 에듀테인먼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축제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로 막을 올렸다.

이번 축제에는 자원봉사자, 공무원, 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 등과 문화예술단체, 축제 부스 참가자 등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제 성공개최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축제추진위는 이번 축제기간 동안 7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지난 해 5만명 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추진위는 북카페 등 축제주제와 연관된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으로 어린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점과 지난 해에 비해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주무대 관람석에 의자를 설치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돗자리를 깔고 앉는 방식으로 진행한 점과 매년 논란이 되었던 식권 발행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지 않은 점 등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 대한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매년 지적되던 운영상의 문제점 등으로 축제장은 혼란 스러웠고 역사인물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은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등 축제 정체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평이다.

자녀들에게 지역의 역사인물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축제장을 방문했다는 이 모씨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참여하려 했지만 체험비용이 비싸다보니 조르는 아이들 때문에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왔다”며 아쉬워했다. 인근 당진에서 방문한 학부모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홍성의 위인을 자녀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축제장을 찾았다”며 “하지만 무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다보니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불꽃놀이를 한번으로 줄이고 무료체험을 늘려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축제 체험프로그램 체험비용이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으로 자녀 둘 셋을 데리고 축제장을 방문한 방문객들은 체험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와 함께 매년 지적되는 유관기관 홍보 및 편의부스의 부실운영과 노점상과의 마찰, 주차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일부 출연진으로 인해 역사인물 축제 이미지를 훼손 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주를 이루는 축제장에서 다소 난해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여자 가수들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이 가사의 전부인 노래를 부르며 추태를 보인 남자가수의 부적절한 행동 등은 역사인물축제라는 이미지에 먹칠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기 위한 홍성한우를 비롯한 지역 농특산품 특별 판매 부스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홍성한우를 홍보·판매하기 위해 마련된 음식관에서는 서너가지 반찬에 1인분에 3000원인 상차림 비용은 4인이 먹었을 시 1만2000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축제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주말을 맞아 지인들과 함께 서해안을 방문했다 들렸다는 관람객 김영성(인천·가명)씨는 “홍성한우가 맛 좋기로 유명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며 “지인들에게 맛을 보여주기 위해 찾아왔는데 턱없이 비싼 상차림 비용에 놀랐다”고 불편해 했다. 주민 강 모씨는 “한우는 가격대가 비싼 편이라 고기값도 부담인데 상차림 비용까지 더해지니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물론 지역민들까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축제 추진 운영에 있어 역사인물이라는 주제에 대한 정체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추진위는 역사인물 일루미네이션과 미디어 파사드, 야간 보물찾기, 공연프로그램 만해 뮤지컬 ‘심우’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겠다는 취지와 달리 축제장 맨 위쪽에 배치하다보니 다른 체험 프로그램 부스에 가려진 채 특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퍼레이드 또한 축제 주제에 부합된 특별한 콘텐츠 없이 단지 길게 늘어선 행렬만 있을 뿐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6인의 역사인물을 주제별로 나눠 특색 있는 퍼레이드를 통해 위인을 부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제에 부합하지 못한 채 축제가 정체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역사인물이라는 주제에 걸 맞는 문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지역의 한 원로는 “홍주시대 인물을 홍성 인물이라 표현하며 축제화 한다는 사실이 역사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명된 고유지명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역사적 사실조차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채 역사인물을 재조명하겠다는 행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우려를 표했다.

축제추진위 관계자는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축제관계자들의 혼신의 노력을 다해 준비한 행사”라며 “올해 미흡했던 부분은 내년에 개선·보완해 한 단계 더 발전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화축제가 홍성역사인물축제로 변모한지 올해로 6년째. 지역축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이미지와 주민 자긍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치러져야 한다. 역사인물축제라는 축제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지역민과 방문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길이 명품 축제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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