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삼촌이 내 애기를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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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삼촌이 내 애기를 키워주세요
  •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10.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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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26>

저녁 9시, 한 어머님께서 딸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딸을 좀 찾아달라는 전화가 왔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모 초등학교에 가보니 운동장 단상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먼저 아이들의 부모님께 연락을 넣어 신속히 귀가조치 할 수 있도록 하고 119 응급차를 불러 상태가 심각한 한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했다. 이 아이들 중 한명을 오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몇 년이 지났어도 인상 깊었던 상황이라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삼촌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며 인사했다. “그래 참 오랜만이다 너 지금 몇 살이니?”라고 물어보니 25살이라고 한다. 내심 ‘벌써 이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하며 빠른 세월을 푸념했다. 멍하고 있던 중에 내게 현재사정을 들려줬다.

들어보니 4살 된 아이가 있고 아이아빠와는 성격차이로 이혼한 후 혼자서 아이들 돌보며 힘들고 어렵게 지낸다고 한다. 요즘도 술을 많이 먹는지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보다는 적게 먹는다고 하며 “삼촌 이 다음에 우리 아이가 저처럼 속 썩이면 삼촌이 키워주세요”라고 말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차!’ 싶었다. “네 아이는 네가 키워야 하는 것이다. 네가 관심 없이 키우면 이 다음에 또 문제 청소년이 될 수 있다”며 진심어린 충고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내고는 뒤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2002년 4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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