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할머니의 마지막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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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할머니의 마지막을 보내며
  •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10.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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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27>

1999년 8월 2일 독서실에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비가 많이 오는데 일찍 오는 게 좋지 않으냐고. 일찍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쉬지 않고 내리는 굵은 빗줄기가 집으로 가고 싶은 내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12시에 차 운행하니까 그거 타고 갈게요.”
난 자리로 돌아왔다.
2~3분이 지났을까 살금살금 들어오셔서 내 어깨를 툭툭 “전화 받어”하며 살며시 나가시는 실장님. 전화해 준 사람은 유경이었다.
할머니가 위독 하시다가고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다. 방안에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할머니께서 누워계셨고 그 옆에는 철이 삼촌이 계셨다. 삼촌께서는 할머니의 손을 살며시 잡으시고는 “손이 차갑다. (손목 바로 아래를 가리키시며) 벌써 아니 이제는 차오른다” 하시며 고개를 돌리셨다.
잠시 후 이장님이 오셔서 삼촌과 이런저런 말씀 끝에 위독하신 할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들것에 실려 힘없이 나가시는 할머니는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뭐야” 하시며 얼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닦아내셨다.
차츰차츰 할머니는 안정을 되찾고 계셔서 약간은 안심했다. 차타기 바로 직전에 할머니는 딱 이 말 한마디를 하셨다.
“비 참 많이 온다.”  
8월 5일 퉁퉁 부은 눈을 떴다. 할머니께서 이상하시다며 삼촌은 대기실의 유리창 시트지가 벗겨진 사이로 보고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잦아진 할머니의 숨소리... 젖은 거즈로 덮어 놓은 할머니의 눈.. 힘없이 떨군 할머니의 몸이 점점 긴박해 옴을 느끼게 하였다. 근데 잠시 후 다른 침대 하나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재훈이가 말했다.
“어제 208호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저 아저씨가 저 침대로 데리고 나가셨어.”
기도했다. 짧은 기도였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잠시 후 ‘덜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천으로 덮여 나오시는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소리치고 싶었다. 심장이 내 얼굴을 치는 듯했다.
할머니는 병원 밖으로 돌아 구석에 있는 영안실로 안치되셨다. 그 곳에서 할머니의 얼굴을 덮고 있는 흰 가운을 천천히 내렸다. 핏기가 없는 할머니께서 조용히 눈을 감고 게셨다. “할머니 눈 좀 떠보세요.”
삼촌과 나는 가슴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쓰렸다. 그리고 아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다리는 여전히 굽어져 있었다. 잠시 후 아저씨는 굽어진 할머니의 다리를 힘껏 누르셨다. 또 다시 한 번.. ‘뚝’하는 소리와 할머니의 다리는 부러졌다. 그땐 정말 머릿속의 모든 기억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아침 8시경이었다. 서둘러 아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8월 6일 오전 8시 30분까지는 우리는 교복을 입고 영안실 입구에 모였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영구차 할머니가 실려지고 우린 차에 타고... 기분이 참 묘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화장장까지 가는 밖의 풍경이 예뻤던 것 같다. 잠시 후 팻말이 보이고 곧이어 화장장이 보였다. 차에서 꺼내져 옮기는 순간 아이들은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을 터트렸다.. 너무나 서럽게 울었다. 그 후 아이들은 멍한 눈으로 무엇을 회상하는 듯했다. 잠시 후 우린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2000년 작성>


고등부 청로회봉사부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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