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영롱한 꽃차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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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영롱한 꽃차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11.1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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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울리나 박영분 대표
▲ 박영분 꽃피울리나 대표가 동국꽃을 따고 있다.

꽃차를 보고 있노라면 우선 눈이 즐겁고, 코끝으로 전해지는 향기에 가슴 속 깊이 안정되며, 입안에 꽃차를 머무르면 달콤한 꽃 한 송이가 입 안에서 피어난다. 찻잔에 찻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근심이 덜어지고 양손으로 찻잔을 감싸면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오감이 열리는 경험이다. 

결성면 용호리 박영분(49) 꽃피울리나 대표는 고향집 인근 도로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1000평의 밭이 있다. 도로와 가까우면 공해 때문에 꽃이 상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색색의 차 빛깔만큼 다양한 꽃을 재배하고 있다. 동국꽃, 천일홍, 메리골드, 구절초, 도라지, 금잔화, 금어초, 비트, 도화, 작약 등이다. 

“꽃차에 매료돼 고향 밭에 직접 꽃을 재배한지 3년이 됐습니다. 멀쩡하던 밭을 갈아엎고 꽃들을 심자 마을사람들은 처음에는 미쳤다고도 했었어요. 제가 처음부터 꽃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바리스타 공부를 하던 중 커피책자 맨 끝에 한두 장 꽃차가 소개된 것을 보고 커피보다도 더 눈길이 가서 시작하게 되었죠.” 

▲ 박영분 대표가 우린 영롱한 꽃차.

꽃차에 흠뻑 빠진 박 대표는 꽃차 만드는 방법을 배우겠다며 서울, 대구, 경주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차 선생마다 차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기에 여러 선생을 찾아다니며 골고루 익혀야 했다. 꽃차를 마실 때 농약이나 약품을 처리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박 대표의 꽃차는 농약처리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 11월 초순경 박 대표의 꽃밭을 방문하니 꽃대에 붙은 벌레도 보였다. 

“약을 하면 꽃송이가 크고 정말 눈으로 보기에 예뻐요. 반면 제가 키우는 꽃은 꽃송이가 작아요. 약을 한 꽃은 뒷면을 만져보면 진득진득한 부분이 만져져요. 다 우리 몸으로 들어가는데 약을 할 수 없지요.”

박 대표의 꽃은 생꽃으로 전국으로 판매되고 가공된 차로도 판매된다. 차를 만드려면 여러 번 손길이 간다. 꽃송이를 따서 찜통에 약초를 넣고 찌면 독소가 날라가고 색상이 선명해지며 쓴맛도 추려준다. 그 후 덖어준다. 팬에 한지를 깔고 골고루 돌려줘 꽃의 수분을 날려준다. 찌는 과정을 3번, 덖음을 9번해서 3증 9포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 

▲ 박영분 대표가 직접 재배한 꽃차.

박 대표는 주로 인천에서 꽃차강의를 하고 홍성에서는 무료 차봉사를 하고 있다. 차봉사는 문화회관이나 세미나가 열리는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불러주면 언제든 달려나간다. 
“수도권에는 꽃차를 찾는 분들이 많으나 아직 지방에서는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제가 먼저 지역사회에 봉사하면 지역이 발전되고 지역이 발전되면 지역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겠죠. 그때가 되면 지역민들도 저의 꽃차를 많이 사랑해주시지 않겠어요?”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박 대표는 두 시간을 서있기도 벅차했었다. 꽃차를 만들고 나서는 건강도 회복되고 표정도 밝아졌다고 한다. 그는 한때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은 적이 있다. 약 10여 년 전 공예를 하다가 화공약품에 불이 붙어 온몸에 화상을 입어서다. 특히나 얼굴에 화상을 심하게 입어 사람들에게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심지어는 밥을 같이 먹으면 체할 것 같다며 밥 먹는 것을 피할 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 꽃차.

“지금은 다 괜찮아요. 저는 그저 다쳤을 뿐인데요. 겉모습을 다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잖아요. 속 다친 건 누가 알아주나요.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만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도와야지요.”

박 대표는 움츠렸던 시절, 청로회 이철이 대표가 손을 내밀어 함께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봉사를 하다 보니 상처받은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됐다고. 지금은 본인이 먼저 나서서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청로회 어머니봉사단장직을 맡으며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있는 박 대표는 앞으로도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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