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욕하고 퇴소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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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욕하고 퇴소하는 아이
  •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12.1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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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29>

모기관에서 전화가 와 한 번 만나 뵙자고 하신다. 만나자고 하는 장소에서 차 한 잔 하면서 나에게 부탁할 문제가 있다고 하신다. 부탁의 내용은, 수녀님들이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시설의 아이들 중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여자아이가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기를 학교에서의 행동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아이를 삼촌께 몇 개월 위탁하고 싶다고 하신다.

그 자리에서 나는 허락을 하고 내일 아이를 우리 기관으로 데리고 오기로 약속했다. 이 아이는 술을 마시고 외박하고 가출하고 남자친구에게 빠지고 하여튼 이런 아이라고 하시면서 부탁과 함께 죄송하다고 하시는 원장수녀님을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1300명 아이들과 20년 동안 함께 생활하고 지도해 본 일이 있기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다고 할까.

다음날 이 여자아이와 원장 수녀님이 함께 오셔서 아이를 나에게 인도해주시고 갔었다. 처음 마주보고 있는데 이 아이가 상담하기 전에 먼저 웃는다. 첫인상이 밝고 귀여운 인상의 아이인데 왜 이곳에 왔을까 하고 생각하니 평범한 청소년들과 다른 모습이 보인다.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을 시작할 때 이 아이가 뜻밖의 말을 먼저 한다. 부모가 보고 싶다고 갑자기 말을 한다. 왜 부모님이 안 계셔? 라고 물으니 본인 입으로 18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아무런 생각 없이 처음부터 현재까지 말한다.

양쪽 부모님이 안 계시고 지금까지 시설 내에서만 계속 자란 아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 아이를 교육이 아닌 따뜻한 가족으로 대하며 생활을 해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힘들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선생님께 욕을 하고 다른 아이들의 물건에 손을 대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고, 이 아이에게는 규칙과 웃어른이 없다. 시간만 있으면 담배 피우고 남자친구 만나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언어 폭력을 하고. 이런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한동안 잘 있다가 남자친구만 만나면 180도 변해버리는 이 아이. 어느 날 아이가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너 나이 19세면 어린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하니 “짜증나”라고 대꾸한다. 나는 너에게 정말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너는 왜 좋은 딸이 못 되니 말을 하니 욕을 하면서 그럼 보육원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박차고 나가는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2015년 11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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