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의 손자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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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머니의 손자 부탁
  •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12.2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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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30>

2003년 무더운 여름 어느 날, 80대 할머님께서 중학교 2학년 손자를 데리고 오셔서는 "죄송하지만, 철이 삼촌이 손자 좀 키워주세요."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아이 부모님의 사정을 포함해서 현 가족상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

사연인즉, 엄마 아빠가 어릴 때 이혼을 한 후, 아이들을 방치한채로 아빠, 엄마가 각자의 상대를 만나 재혼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슬하에 3명의 남매를 남겨두고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들을 책임지게 됐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홀로 3명의 남매를 돌옵시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큰 손자만 거두고, 남은 두 명의 손자들은 고아원으로 보내게 됐다.

최근에는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할머님께서 암 초기에 걸리셨다. 아이를 키우느라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 상황이라 학교선생님들과 상의한 끝에 이곳 쉼터로 도움을 요청하기위해 오시게 되었다는 말씀이시다. 할머님과 대화 중 사정이 너무도 딱해, 내가 돌봐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할머니를 안정시켰다. '할머님 건강부터 챙기셔야 손자들이 마음 안 아프고 잘 크죠..'

이날부터 중학교 2학년 아이는 나와 함께 쉼터생활을 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 이때는 쉼터가 무허가 건물에다가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형편이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이 아이는 기특하게도 아무 탓 없이 잘 자라서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봉사동아리에 참여하여 학교나 쉼터에서 솔선수범하고 모범적으로 학교와 쉼터생활을 해서 모두가 믿음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4년제 대학보다는 기술을 배워서 일찍이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여 원하는 기능·기술대학에 입학시켰다.

현재는 2년제 대학을 다니면서 학교생활을 충실히 이수하고 바로 취직이 되어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00에게 감사와 수고의 박수를 보낸다.

<2012년 12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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