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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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인데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01.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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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33>

2008년 1월 2일 여느 날과 같이 정신없이 전화를 받아가며 자원봉사와 노인복지 후원회 모임, 외국인 가정방문, 쉼터 작은아들 병원에 데려가는 일, 큰딸아이 치과에 데려가는 일 등 업무 아닌 업무에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피곤하다. 바쁜 일과 중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제 밤에 쉼터에서 가출한 작은딸이 걱정되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남 앞에서는 자신만만하게 자원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마음속으로는 배신당한 감정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나의 아픔을 그 누가 알까. ‘정말 3년이란 시간 속에서 친딸처럼 사랑하면서 가족이란 울타리를 이해시키면서 이 험한 세상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야단도 쳐보고 꾸중도 해보고 한 모습들이 이렇게 허전하고 무의미한 가족관계였나’ 하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초라해져 한없이 울고 싶고 소리치며 스스로를 비판해보고 싶다. 이 못난 놈아!
그렇지만 지금도 나와 같이 생활하는 소중한 아이들이 있기에 참고 또 참아보지만 배신과 분노들이 나의 뇌리에 스쳐가는 이유는 뭘까? 나도 신이 아닌 사람인데..
지난 3년간 남에게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웠다. 나에게는 소중함보다는 아픔의 나날이 더 많았음에도 혼자서 잘 견뎌 왔는데 오늘은 무너질 것 같다. ‘차라리 사랑하지 말고 모르쇠 내동댕이 쳐버릴 걸’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미 떠나간 시간을 돌이켜봐도 아픔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참을 수 밖에 없다. 작은 딸 다정이 이름 한번 불러보고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렇다고 딸을 미워하고 비관만 하지 않는다. 이 다음에 분명 “아빠!”하고 찾아 올 거라고 믿는다.
끝으로 몸이라도 아프지 말고 정말 어려울 때, 쉼터에서 밥 먹고 아르바이트 갈 적에 문자로 “아빠 알바 갔다 올게”라고 평소처럼 보내는 것처럼 “아빠 나 힘들어”하고 문자 보내면 다정이에게 달려가 따뜻하게 대해 주고 싶은데 말이야. 나도 인간이고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야.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한없이 눈물 흘리면서 울고 싶지만 이곳에 남아있는 아들, 딸들이 있기에 마음의 눈물로 나를 달래본다.

2008년 1월 1일 작은 딸이 쉼터를 나간 날
아빠가
이철이<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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