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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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과 권력
  • 이원기 칼럼위원
  • 승인 2017.03.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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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남자친구가 모레 군대에 입대하는데요, 거기를 가봐야 될까요, 교수님 수업을 들을까요?
교수: (웃으며) 행자야! 왜 사니?
행자: ...예?
(행자는 팔에 안고있던 책과 공책을 고쳐 안으며 수수께끼라라도 풀려는 듯한 표정으로 이교수를 바라다본다. 짧은 사이.)
교수: 나 같으면, 당연히... 그렇지!... 당연히 남자친구 입대하는델 가보겠는데? (사이.)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니?
행자: 감사합니다, 교수님! (금세 미소가 번지며 얼굴빛이 환해진다.)

지금도 그런 질문을 받느나면, 나는 똑같이 말해 줄 것이다. 왜냐면 질문 속에 이미 해답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게 인생이고 보니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기란 쉽지가 않다. 옛 선현들은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혼자 있을 때조차 근신하려 애를 썼다. 자신의 호(號)를 ‘신독(愼獨), 이라고 지은 분도 있었다. 혼자 있을 때도 몸가짐을 조심한다니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의 세태는 어떠한가? 어디까지가 권리이고 어디부터가 의무인지 구분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광화문의 촛불시위 군중과 태극기 시위 군중도 그렇다! 각자의 식견과 신념으로 국가를 위하려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언제까지 갈 것인가이다. 이제는 촛불을 끄고 태극기를 거두어들일 때이다. 그리고는 책임을 맡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결정을 내려주기를 조용히 기다리며 각자의 생업에 매달려야 할 때이다. 고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개인이건 국가건 간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국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나라의 내일을 염려해야 될 이 시점에 국민 다수가 양극단으로 갈라서서 섶을 지고 불 속을 뛰어들려는 형국으로 치달으며 국력을 소모하기만 한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예상 밖으로 긴 집안싸움에 나라가 피폐해져가는 동안 나라의 장점은 다 묻혀버리고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단점들과 취약한 부분들만 고스란히 노출된다면, 추후로, 주변 4대 강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외교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광화문 군중 대다수가 아직까지는 현명하게 시위 분위기를 이끌고는 있으나, 갈수록 군중 심리를 악용하려는 무리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하는 것 같아 심히 염려된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말했다. “거짓말이라도 계속 밀어붙이면 군중들은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이 얼마나 소름돋는 일인가? 괴벨스같은 괴물이 군중들을 선동한 결과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고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참혹한 범죄가 일어났다. ‘군중과 권력, 의 관계. 엘리아스 카네티는 어리석은 군중과 그들을 자극하여 자신 혹은 자기 패거리들이 마침내는 권력을 움켜쥐고 제멋대로 작게는 일개 국가를 크게는 한 시대를 주물러대는 이 불가사의하고 끔찍한 현상을 파헤쳐보고자 30년 이상을 매달린 끝에 불후의 명저 ‘군중과 권력’을 써냈다. 대권을 잡고자 하는 인물들. 그 주변에서 군대 말마따나 편안히 ‘꿀을 빨며, 잇속을 채우려는 족속들은 필히 이 책을 정독하고 또 정독하며 근신하기를 바란다. 아니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군중의 여러 속성 가운데, ‘군중심리는 들판의 불길과도 같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어 선공후사하고 겸허히 삼가며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정도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나 같은 범부도 광화문 가기를 두려워 하지않고 한 달에 한 두 번 책방에 들러 새 책 구경하고 필요한 책을 사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며 살맛나는 내일을 꿈 꿀 것이 아닌가?

이원기<청운대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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