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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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0>
  • 한지윤
  • 승인 2017.03.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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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네에, 그러세요?” 그렇지만 저하고는 만난 적이 없었던 걸로 해두면 좋겠어요. 당신과 내가 연애 같은걸 한다면 아마 희극적일 거예요.“
그는 도수 높은 안경 속에서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종일씨, 장래 희망이 뭔지 모르겠네요.”
“전 가능하다면 주간지의 신문편집 같은 것을 해 보았으면 싶은 생각입니다만……”
“그러세요?” 저어……몸이 좋으시니까……들은 얘기지만 앞으로의 주간지의 편집장은 필기시험 따위보다는 체력 검사를 해서 입사를 결정하는 편이 좋을 듯 싶어요.“
그때 살롱안을 흐르는 음악은 혼성 합창단의 코러스 ‘젊은이여……’로 바뀌었다.
 
젊은이여, 몸을 단련해 두자.
아름다운 마음이 건강한 육체에
활화산처럼 솟구칠 날이 언젠가는 온다.
그날을 위해, 그날을 위해
젊은이여, 몸을 단련해 두자.

“노래를 부르시죠. 함께……”
소영은 가사가 적혀있는 조그만 수첩을 진종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주간지의 편집을 하시려면 아무튼 그 날을 위해 몸을 단련해 둘 필요가 있을 거예요.”
진종일은 근시안경을 손가락 끝으로 코 위에 밀어 올리면서 가사를 외우려고 진지한 자세로 나왔다.
30여분이 지났을까, 소영은 갑자기 진종일에게 말했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약간은……”
“언제고 공짜로  먹여 준다는 집을 알고 있는데요, 거기 가서 배 좀 채울까요?”
두 사람은 살롱 ‘돈’을 나왔다.
진종일은 소영을 따라 전철을 타고 가다 어딘가 내려서는 한 5,6분쯤 걸어갔다. 이런 곳에는 레스토랑은커녕 국수집 하나도 없어 보였다. 진종일은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여겼지만 잠자코 따라 갔다. 소영은 이윽고 ‘항아리 군고구마’ 라고 쓰인 처마 등이 매달려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예요.”
소영이가 말했다.
“여기서 잘 먹고 가죠. 고구마가 싫어요?”
진종일은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스피치 개처럼 대답했다.
“전 여자들이 고구마를 먹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귀여워서 좋습니다.”
진종일은 울쌍이 된 얼굴로 말하며 마지못해 고구마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올해 전국 대학연합야구전은 K대학의 승리로 끝났다.
그날 밤, 소영과 연숙은 잠실역 앞에서 두 대학생과 만나 여느 때처럼 가볍게 그저 친구가 되어 가까운 곳에 있는 커피숍을 겸한 스탠드바에서 음료를 마셨다.
우연히도 그들은 각각 Y대 · K대의 학생들이었다.
“야구시합에 물론 갔었겠지?”
소영이가 먼저 화제를 꺼냈다.
“그럼.”
“둘이 서로 지역이 달라 피차 곤란했겠는데……응원하는데 말이야.”
각각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한 입장권으로 운동장에 들어가 자리 잡으니까, 만날 수가 없지, 얼마든지 자유로이 응원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어느 쪽을 이기라고 응원했지? 설마……”
소영은 옆에 앉아 있는 Y대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스탠드의 자리는 각자 서로 파트너가 되어 앉아 있었다.
“아주 분해……”
“야구 공 한 개로 이겼다 졌다, 하는 것이 꼭 어린애들 같아, 지금의 당신들은 제법 어른이지만,”
소영이는 반 칭찬 투로 말했지만 K대학생은 연숙이와 열심히 얘기를 하고 있는 판이라서 소영이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제일 불쾌한 건 응원단이야, 그 녀석들은 마치 자기네들이 야구게임을 하고 있는 듯이 야단법석들이란 말야.”
Y대학생이 말했다.
“정말 그래, 나도 응원단은 딱 질색이야. 특히 단련된 자기의 체력만 잔뜩 으스대며 뽐내는 남자 같은 건 경멸이라구……”
소영이는 분개하여 주먹으로 스탠드를 탕 하고 내리쳤다.
“Y대는 그래도 아직 세련된 편이라구……”
그는 그래도 애교심을 발휘해 보려는 것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다른 대학이야……대학의 어용폭력단 같은 것까지도 두고 있으니까……”
소영과 Y대학생은 잠시 얘기를 끊자, 연숙이와 K대학생의 대화가 들려왔다. 벌써 얌전치 못한 얘기들이다.
“넌 키스를 하면 곧장 아이가 생긴다고 믿고 있는 부류일 거야.”
K대학생이 연숙에게 하는 말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 마!”
연숙은 분명히 항변하고 있다.
“난 주부잡지의 인생문답란 같은 건 읽지도 않아.”
연숙은 어느새 사투리의 액센트로 어투가 변해 있었다.
“처녀 잉태라는 걸 어떻게 생각 하냐?”
K대학생은 다소 취해 있었다.
“그건 있을 것 같애.”
<계속>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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