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견문을 통한 풍요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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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견문을 통한 풍요로운 삶
  • 권영신 칼럼위원
  • 승인 2017.03.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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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다. 그 날 생겨나는 뉴스기사의 헤드라인만 읽어도 하루에 모두 읽어낼 수 없다. 우리는 이 방대한 양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식별해낼 수 있다. 심지어 이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은 내가 가진 약간의 시간과 전기료 뿐이다.

넘치는 정보를 누릴 수 있어 필연적으로 어떤 것을 읽을 지 선택해야만 하는 이 시대에 우린 어떤 책을 읽어야하고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할까? ‘책은 도끼다’가 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는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라는 물음에 그 글을 읽기 전 박웅현과 읽고 난 후의 박웅현이 다른 글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도끼다’에는 저자가 책을 대하는 태도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느낀 사고내용이 담겨있다.
자신은 다독가가 아니며 단 한 권의 책도 시청이 아닌 견문을 하려 한다고 한다. 그리고 견문을 통해 일상의 것, 보통의 것을 보고도 감동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지게 되면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 말한다. 견문이라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하나를 보아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곰곰히 생각하며 보는 것을 의미한다.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을 보며 시인 고은은 왜 비가 오는지 알 것 같다고 했던 것 처럼 내 마음이 가는데로 표현하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바빠 많은 순간을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익숙함에 포장되어 아름다운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알지 못한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일상들이 모두 견문의 대상이며 삶이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재료다. 이정도의 경지까지 오르기엔 감수성이 부족하다면 글을 꾹꾹 눌러 읽는 독법을 통한 견문을 할 수 있다.

다음은 김훈 작가의 ‘자전거여행’ 중 한 부분이다. 김훈 작가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감탄은 예사롭지 않다. “국 한모금이 몸과 마음 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주었다. 기쁨과 눈물이 없이는 넘길 수가 없는 국물이었다.”

박웅현은 이 글을 보고 상상하라고 한다. 추운 곳에서 따끈한 국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에 대해. 이처럼 글자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읽으면 우리는 국 한 모금에서도 새로운 천지를 열어주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분명 모두의 사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 방법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바쁘고 힘들어 나뭇가지를 두고 견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재료들이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는 만큼의 감동과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한다. 잠깐의 짬을 내어 걸어가다 보이는 나무를 보고 이슬을 보며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풍요로운 삶을 살아 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열일곱 개의 작은 머루송이가 달려있다. 누군가가 겨우 요거 달았냐 묻습니다. 머루송이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최선이었어요…”
그 말에 질문한 이는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사과합니다.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가난한 머루송이에게’, 이철수.


이렇게 짧은 글이 나에게 작을 울림을 줬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살아있는 것에게 함부로 인간의 눈으로 보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적은 머루송이를 보고, 요만큼밖에 못 달아놨느냐 혀 차는 소리를 하는데 머루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길에서’ 전문.

작은 풀잎들도 기꺼이 힘듦을 이겨내고 있는 걸 보며 나도 화를 풀었다는 위 글처럼, 어려운 시기이지만 너무 화내지 않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기꺼이 이겨내려는 마음을 갖고 행복한 새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권영신<홍주중학교 운영위원회·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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