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2마리로 시작해 꼬박 10년을 길렀어요. 일곱 달에 한번 황소를 내다 팔죠. 지금은 34마리를 길러내고 있어요. 좋은 소를 먼저 알아보고 축협에서 전화가 와요.” 환하게 웃으며 기르는 소 얘기를 하는 박병숙(69)씨는 현재 홍성군장애인종합복지관 내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 한복상(72)씨의 아내이다.
한복상 씨는 유기농 쌀농사를 짓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게 됐고, 이후 지체장애인협회 홍동면분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0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했다. 그때 아내 박병숙 씨는 남편의 병이 조금이라도 낫길 바라며 나고 자라서 살던 홍동면 운월리의 땅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세 차례의 수술을 했죠. 남편이 낫길 바라는 마음밖에는 없었어요. 집을 지어 편하게 쉬게 해주고 싶었죠. 소 62마리 중 40마리를 팔아 집을 지었어요. 남편이 이 집에살기 시작하면서 병도 완쾌되고 복지관에서 콜택시 운전을 하면서 더욱 건강해졌어요. 너무 기쁘고 감사했죠”
아내 박병숙 씨의 말에 한 씨는 “도리어 내가 고맙죠. 이 사람이 내가 담배를 끊은 순간부터 한 달에 10만원씩 꼬박 담배 값을 모아 새 차를 사줬어요. 없이 시집와서 7남매를 착하고 반듯하게 키워내고 송아지들도 직접 받고 우유 먹여가며 키웠죠. 평생을 알뜰하게 열심히 산 참 고마운 사람이예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결혼해서 운월리에 산지 47년이네요. 옆 동네 살던 아내를 참 많이 좋아해서 결혼했죠. 고생 많이 했어요.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예요. 7남매 모두 잘 키워 장성해 다들 잘 살고 며느리도 복덩어리로 들어와서 손자도 둘이나 낳았어요. 아내 덕에 병도 다 낫고 하루하루 행복해요. 지금처럼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하는 한 씨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