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약속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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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의 약속 지키기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06.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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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46>

우리 청로회 1년 봉사활동 계획서를 보면 매 년 8월 5일에 ‘할머님제사’라는 봉사가 기록돼있다. 처음 청로회를 들어와서 ‘무슨 봉사단체가 제사지내는 것까지 관여해서 봉사를 하나’하고 궁금했는데, 내가 2학년이 되고 청로회 총무일을 담당하면서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청로회 선배님들이 돌봐주신 무의탁노인 고(故)김임섭 할머니가 계셨는데 돌아가시면서 삼촌에게 10년 만 제사를 지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바로 그 제삿날이다. 우리 청로회 임원은 삼촌과 쉼터에 모여 국화꽃다발과 할머님이 생전에 좋아하신 소주 한 병과 안주를 챙겨 금마면 화장터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 와 본 화장터였다. 기분이 이상했지만 할머님을 생각하여 차분한 마음으로 삼촌을 따라 할머님을 찾아뵀다. 할머님이 주무시고 계신 387번방. 우리는 준비해간 꽃과 소주를 앞에 놓고 눈을 감고 할머님께 인사를 했다. 솔직히 우리는 할머님을 할 번도 봤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삼촌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나는 아마도 삼촌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어느 날 삼촌께서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사람과 사람의 약속은 때로는 이행할 수가 없을 때가 있어도 디음에 그 약속을 이행하면 되지만 봉사와 사람의 약속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그래, 봉사와 사람의 약속은 아픔이 있는 약속이기 때문이며 부족한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할머님의 제삿날, 나 또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올곧은 마음을 갖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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